오래 건강하게 살려면

평균 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다. 1974년 60세였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97년 70세, 2008년 78세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물리적인 수명이 늘어나는 것보다 삶의 질과 건강한 노후가 중요하다. ‘9988234(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앓다 죽는다)’란 말도 있지 않은가. 포브스코리아는 이번 호부터 ‘건강한 100세에 도전한다’를 연재한다. 첫 번째로 한국 최고의 장수 전문가 박상철 서울의대 생화학 교수에게 장수의 비결을 들었다. 박 교수는 서울대 노화·고령화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장수촌이나 장수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연구하고 있다.

생활습관, 사회적인 요인 그리고 유전 조건.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화연구소장이 말하는 장수 요인이다. 이 중 사회적 요인과 유전 조건은 개인이 바꾸기 힘든 고정 요인이다.

하지만 생활습관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지난 20년간 ‘장수란 무엇인가’를 연구해온 박상철 소장은 장수하는 사람들의 생활습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250명의 100세를 사는 한국인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유전적 특징과 생활습관을 분석해왔다. “흔히들 물 좋고 공기 맑은 동네에서 마음 편하게 지내면 오래 산다고 합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수는 사는 방식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 소장이 말하는 장수하는 사람의 첫째 특징은 ‘100세인들은 항상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는 전라남도 구례 산동면에서 만난 101세의 임종철 할아버지를 예로 들었다.

“집으로 찾아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 정도에 임 할아버지가 오시는데 등에 지게를 지고 계시더군요. 밭에서 일하다 오시는 길이셨지요.”

박 소장은 나이 들었다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은 건강을 잃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미국 국립 노화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노화가 진행되면서 키와 몸무게가 줄어든다. 이 중에서 근육이 줄어드는 속도가 가장 빠르다. 하지만 근육은 나이를 먹더라도 사용하면 다시 생기는 조직이다. 그래서 그는 “나이가 들수록 매사에 도전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박 소장은 뇌 근육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치매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머리를 끊임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그는 일본에서 만난 102세의 효지 사부로 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효지 씨는 65세에 정년퇴직을 한 후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웃나라 한국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서였다.

한국어를 익숙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된 85세부터는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100세가 되던 해에 중국 창춘(長春) 심포지엄에 초청받아 중국어로 강의를 했다. 현재 그는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다.

“장수 마을을 방문해서 노인들을 만날 때면 항상 느끼는 게 있습니다. 저희 연구원이 들고 있는 의료 장비와 컴퓨터를 보며 강한 호기심을 나타내곤 합니다.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질문을 계속 하시지요. 이런 분들은 치매에 걸릴 염려가 전혀 없답니다.”음식도 장수의 중요한 요인이다.

박 소장은 ‘어떤 음식을 먹느냐’ 못지않게 ‘언제 어느 정도의 음식을 섭취하냐’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항상 식사하던 분량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드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과식은 노인 건강에 해롭기 때문입니다.” 그는 육류가 적고 채소가 많은 한국 전통 음식의 장점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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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와 과일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기능과 암을 방지하는 항돌연변이 성분이 많다. 나이를 먹을수록 채식주의 식단이 중요한 이유다.
세계 장수학자들이 인정하는 장수 식단으로는 크게 지중해 식단과 일본의 오키나와(沖繩) 식단이 있다. 두 식단의 공통점은 야채와 과일이 많다는 것이다. 야채와 과일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기능과 암을 방지하는 항돌연변이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한국 전통 식단에는 과일은 적지만 야채가 많이 포함돼 있다.

“외국에서는 신선한 야채를 많이 섭취하지만 한국은 야채를 무치거나 데쳐서 먹습니다.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데치게 되면 야채가 작아져 더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야채에 포함된 질산염이 50% 가까이 줄어들지요.” 야채에 포함된 질산염은 체내에서 과질산으로 변한다.

과질산은 어류에 포함된 2급 아민과 만날 경우 발암물질로 변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설이다. 야채를 데쳐서 만드는 한국의 전통음식인 나물 반찬이 그래서 장수 식단이라는 것이다. 박 소장은 한국 전통 식단에는 비록 육류는 적어도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말한다.

“비타민 B12는 보통 육류를 섭취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농촌의 100세 노인의 혈액을 검사해보면 비타민 B12의 수치가 정상으로 나옵니다. 바로 된장, 간장, 고추장 같은 장류 음식에서 비타민 B12를 공급받았기 때문이지요.” 박 소장은 신기하게도 일반 콩과 두부에는 없는데 발효시키면 비타민 B12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의 음식 문화는 대단히 과학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전통 식단은 육류의 부족함을 발효식품으로 대체해온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100세까지 산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활발한 사회 활동이 있다. 사람은 주위와 건강한 인간관계를 쌓아야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박 소장은 전라남도 곡성읍에서 만난 102세 하현숙 할머니의 이야기를 꺼냈다.

하 할머니는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하실 뿐 아니라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에게 며느리 칭찬을 많이 하더라고 꼭 전하라는 주문까지 하더란다.

“나이가 들면 사별하고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분들이 어떻게 외로움을 이겨내는지 아세요? 혼자 사는 100세 노인을 찾아가 보면 놀랄 때가 많아요. 동네 사람들이 다 그 노인 집에 모여 놀고 계시곤 합니다. 그 정도로 탁월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계신 거지요.” 박 소장은 일본을 보면 앞으로 한국의 노인 문화가 어떻게 발전할지 참고하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80세 이전에 세상을 뜨면 요절이라고 합니다. 90세까지는 살아야 제 나이에 돌아가셨다 하더군요. 지금 한국도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력이 중요합니다. 노년을 위한 준비는 나이에 관계없이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움직여라
머리를 써라
규칙적인 식생활을 지켜라
건강한 인간관계를 쌓아라
감사하며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