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예술론 5

영화 예술론 5

미장센 Mise en Scene

미장센은 원래 프랑스 연극용어로 ‘무대위에 배치한다’는 뜻이었다.
무대라는 주어진 공간안에서 연극 제작에 필요한 시각적 요소를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연기가 행해지는 영역은 무대를 둘러싸는 프로니시엄 아치 proscenium arch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는 회화의 프레임과 같으며, 연기의 범위는 때로는 좀더 유동적인 것으로서 객석까지 확장되는 경우도 있다.
화면구성 Mise en Scene은 항상 3차원적이다. 사물과 사람은 실제 공간에 배치되며 그 실제 공간이란 높이와 넓이뿐만 아니라 깊이도 있기 때문에 3차원적인 것이다. 연출가가 무대위에서 제아무리 현실과 유리된 하나의 세계를 나타내려해도 이 공간은 관중이 차지하는 공간과 연속되어 있다.

영화적 화면 구성은 좀더 복잡한 용어가 된다. 연극 연출자와 마찬가지로 영화 감독도 주어진 3차원적 공간안에 대상물과 사람을 배치한다. 그러나 일단 이것을 촬영하면  그 배치는 2차원적 영상으로 전환된다. 영화에서의 공간은 연극에서처럼 관객이 점유한 공간과 같지가 않다. 그 영상은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과 같이 동일한 물리적 면적을 갖고 나타날 뿐이다. 하나의 프레임으로 둘러싸인 평면위에 형식적 유형을 가진 영상이 제시된다는 점에서 영화적 화면구성은 회화를 닮았다. 그러나 연극과의 관련성 때문에 영화적 화면 구성은 시각적인 소재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하여 시각적으로 전개되는 극적인 착상을 표현하는 것이 된다.

* 미장센은 복합적인 분석 용어이며, 네가지 형식 요소를 포함한다. (1) 행동의 무대화 (2) 물리적인 세팅과 무대장치 (3) 이 재료들이 프레임화 되는 방식 (4) 이들이 촬영되는 방식. 미장센의 예술은 촬영의 예술과 분리될 수 없다.

    프레임 The Frame

모든 영상은 화면, 즉 프레임에 갇혀 있는데 그 프레임은 어두운 객석의 현실 세계로부터 영화의 세계를 구분 짓는다. 화가와 사진 작가와는 달리 영화감독은 각각의 화면구성이 그 자체로서 완벽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극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공간 예술이자 시간 예술이며 따라서 눈에 보이는 것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구도는 해체되고 재형성되어서 우리 눈앞에서 재조립된다. 영화에서 각각의 영상은 인위적으로 정지당한 흐름의 한 순간으로서 결코 시간과 동작의 원래 맥락에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프레임은 영화에서 영상을 구성하는 기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영화 감독은 화가나 사진 작가와는 달리 구성에 프레임을 맞촐 수가 없으며, 오히려 가로 세로의 비율이 일정한, 동일 크기의 프레임에 맞추어 내용물을 배치해야 한다. 프레임의 수평과 수직의 비율, 종횡비aspect ratio는 영화 전체에 걸쳐서 일정하게 유지된다. 화면은 특히 1950년대 와이드 스크린이 도입된 이래 많은 변화가 생긴다. 이 시기에 앞서 무성영화 시대 감독들은 다양한 크기의 화면을 끊임없이 실험했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1.33대 1의 비율로 촬영되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영화는 두 가지 비율 중 하나로 영사된다. 1.85:1(표준)과 2.35:1(와이드스크린)이다. 원래 와이드 스크린으로 촬영된 영화였지만 일단 상업용으로 배급되고 나면 전통적인 비율로 잘리는 일도 있다. 35밀리미터에서 16밀리미터로 축소되는 영화에서 흔히 16밀리는 대학이나 미술관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상영을 할 때의 기준치 이다. 와이드 스크린을 멋있게 이용한 영화일수록 이처럼 화면의 가로 세로 비율이 변경될때 더 많은 타격을 입게된다. 원레 프레임의 주변 부분을 잘라내 버리면 최소한 영상의 3분의 1은 사라지고 만다. 가로 세로비율이 1.33:1인 텔레비전에서 아주 뛰어난 와이드 스크린 영화가 방영될 때 그 구도는 초라한 것처럼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영화에서의 프레임의 비율은 촬영 대상물의 내적 본성에 반드시 지배되는 것은 아니며 외적으로 강제된다.
    통상의 영화 프레임은 수직적 구성을 하기에는 매우 큰 어려움이 따른다. 그것은 스크린이 수평적인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높이감이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은 카메라의 일부를 가리는 것이다. 마스킹 기법(검은 마스크masks를 써서 영상의 일부를 가림)
으로 영상의 일부를 가림으로써 극장의 어둠과 화면의 어둠을 연결시켰다. 가파른 벽에서 한 병사가 떨어지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화면의 측면을 차당했고, 촬영현장의 광대한 수평선을 강조하기 위해 화면 하단의 3분의1을 차단하는 와이드 스크린과도 같은 효과를 만들어 냈다.
    무성 영화 시절에는 아이리스 iris( 원형 혹은 타원형의 마스크로 피사체를 향해 열거나 닫을 수 있다)가 지나칠 정도로 사용되었다. 아이리스는 강력한 극적 진술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소년의 높은 집중성을 암시하기 위하여 아이리스 효과를 사용했다. 카메라가 주인공 소년의목전에 있는 대상물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생기는 주위의 어둠은 어린 소년이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어떻게 단절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은유로 쓰인다.

    미학적 장치로서, 프레임은 몇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감정이 뛰어난 감독은 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는 대상물에도 관심을 둔다. 프레임을 소재를 취사선택하여 관계없는 모든 것을 배제하고, 그것을 현실세계의 고립된 단편들로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하나의 샷 안에 담긴 사물들은 결과적으로 그것에 질서를 부여하는 프레임에 으하여 통일된다. 예술은 여기서 혼돈 상태의 현실 세계에 질서를 만들어 낸다.
프레임은 또 강조의 기교로도 쓰이는데 감독은 광범위한 맥락에서는 간과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사물에 대해 프레임으로 특별한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다.
프레임 안의 어떤 부분은 상징적인 의미를 나타낼 수 있다. 감독은 한 대상물이나 배우를 프레임 안의 특별한 위치에 배치시킴으로써 그 대상물이나 배우에 대한 자기 주장을 가할 수 있다. 프레임안에서의 배치는 형식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내용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또다른 예이다.
프레임에서의 주요 공간 – 가운데, 위, 아래, 가장자리 -은 각각 상징적인 목적을 전달할 수 있다.
화면의 중앙 부분은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각적 요소가 차지하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원래부터 이 부분을 관심의 본질적인 중심이라고 간주한다. 우리가 친구의 스냅사진을 찍을 때 그를 파인더의 중심에 놓는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그림은 균형이 맞아야하며 중앙에 초점을 맞추어 그림을 그리도록 교육을 받았다. 중앙이라는 것은 일종의  규범이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시각적 정보가 화면 중앙에 놓이길 기대한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습관화된 기대 때문에중앙에 놓인 대상물은 시각적으로 극적이지 못한 경향이 있다. 사실주의 감독들은 중앙배치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형식적으로 볼 때 그것은 관객이 주변의 시각적 요소로 주의가 분산되지 않고 그 소재에 집중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형식주의 감독들도 통상적인 설명 샷 expository shot에서는 화면의 중앙지점을 주로 쓴다.
    프레임의 윗부분은 힘과 열망에 관련된 관념을 나타낼 수 있다. 여기에 배치된 인물은 화면의 아래에 있는 시각적 요소들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며 바로 이 때문에 권위적인 인물은 종종 프레임 위쪽에 배치되어 촬영된다. 정신적인 면을 암시하는 영상에서 프레임의 윗부분은 신적인 광휘를 전달하기 위해 쓰일 수 있다.
    프레임의 아랫부분은 윗부분과는 반대 의미 – 굴종, 취약성, 무력함 -를 나타낸다. 이 위치에 놓인 사물과 인물은 프레임 밖으로 완전히 흘러나가 버릴 위험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 프레임 안에 두사람 이상이 있고 그들이 비슷한 크기일 때, 화면 아래에 있는 사람은 위에 있는 사람에 의해 지배를 받는 경향이 있다.
    프레임의 좌우 부분은 화면의 중앙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까닭에 가장 중요하지 않는 것을 암시하는 경향이 있다. 화면의 가장자리에 놓인 대상물과 사람은 실제로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듯이 어둠과 가까이 있다. 많은 감독들이 이런 어둠을 전통적으로 미지의 것, 보이지 않는 것, 두려운 것 등 빛의 결핍과 관련된 관념을 나타내기 위해 쓴다.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암흑이 어떤 경우에는 망각이나 죽음까지 상징할 수 있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시각적 요소를 완전히 프레임 밖에 놓는 기교가 있다. 특히 한 인물이 어둠, 신비 혹은 죽음과 관련되어 있을 때, 이런 기교는 대단히 효과적일 수 있다. 관객은 볼 수 없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우리는 세트를 가로질러 새어 들어오는 그림자를 잠시 보거나, 그가 흥분하거나 당황할 때 화면 밖에서 들리는 음산한 휘바람 소리로 그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프레임 밖의 장소는 두가지가 더 있다. 그 하나는 세트 뒤이고, 다른 하나는 카메라 뒤나 카메라 바로 앞 공간이다. 단힌 문의 뒤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관객의 불안감을 일으키며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데 이는 관객이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생생한 상상력으로 스스로 채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시계를 넘어선 영역도 이러한 종류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