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예술론 7

영화예술론 7

카메라 이동 The Moving Camera

1920년대 이전 감독들은 피사체의 움직임을 프레임속에 고착시키려고만 했다. 한 샷에서 카메라를 이동시켜 동일 프레임 속의 움직이는 인물을 계속 따라잡는 감독은 거의 없었다.
사실상 편집 – 카메라가 샷 사이를 움직이는 것 – 이 더 빠르고 값싸고 덜 복잡하긴 하지만 , 커팅 또한 움직이는 카메라의 유연한 서정주의와 비교하면 돌연하고, 불연속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카메라 이동과 관련된 주요 문제는 시간의 문제다. 이런 기교를 많이 사용하는 영화는 한 씬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것이 스트레이트 커트보다 많은 시간을 소모하기 때문에 서서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다. 감독은 카메라를 이동한 만큼 발생하는 영화속에서의 시간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카메라 이동에 따르는 기술적. 재정적 복잡성을 감당할 수 있는가를 결정해야만 한다. 감독이 카메라를 이동시키기로 했다면 어떻게 이동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만 한다. 카메라를 이동차 위에 설치할 것인지, 아니면 삼각대의 축 주위에서 돌리기만 할 것인지, 카메라 이동의 주요 양식은 각기 서로 다른, 확실하면서도 미묘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감독은 네가지 주요양식 가운데서 카메라 이동을 선택할 수 있다.
(1) 팬 pans (2) 틸트 tilts (3) 크래인 샷 crane shots (4) 달리 샷 dolly shots (5) 줌 랜즈 샷 zoom shots (6) 핸드헬드 샷 handheld shots (7) 공중 샷 aerial shots이다.

팬 샷 – 한 씬을 수평으로 훑는 카메라 이동 -은 축을 정점으로 찍히고, 카메라는 삼각대 위에 설치된 상태이다. 이런 샷은 영상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해서 카메라의 움직임이 부드럽고 느려야 하므로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어느 의미에서 팬 샷 역시 부자연스럽다. 사람의 눈이 수평이나 수직으로 훑을 때,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급히 이동하면서 그 사이의 것들은 생략해 버리기 때문이다. 팬 샷을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프레임 안에 소재를 계속 잡아둘 때이다. 만약 배우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일 때 카메라는 구도의 중앙에 그 인물을 잡기 위하여 수평으로 이동한다. 촬영 현장의 광대함을 관객이 경험할 수 있는 서사 영화에서 익스트림 롱 샷으로 찍은 팬 샷이 특히 효과적이다. 그러나 팬 샷은 미디엄 샷이나 클로즈 샷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리엑션 팬 reaction pan은 중심인물(보통 화자)에서 구경꾼이나 청자의 반응을 포착하기 위하여 카메라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팬 샷은 피사체 사이의 인과 관계를 유지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 샷에서 다른 샷으로 넘어가는 스트레이트 커트는 그들 사이의 분리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스위시 팬 swish pan (flash pan, zip pan)은 이런 기교의 변형이며 샷 사이의 전환을 위해 커트를 대신하여 종종 사용된다. 스위시 팬이란 카메라를 급격히 돌려서 그 사이에 흐릿한 영상이 찍히게 하는 방법이다. 이는 한 커트보다 실제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스위시 팬은 커트가 나타내는 것보다도 더 많은 동시감으로 한 씬을 다른 씬과 연결시킨다. 이런 연유로 프레시 팬은 서로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연결시키는 데 종종 사용된다.

팬 샷은 공간의 단일성과 그 공간 내에서의 사람과 사물의 연결을 강조한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문자 그대로의 연속성을 팬 샷이 강조하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 샷들은 그 사실적인 통합성이 침법당할 때 우리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 마음속의 자리Places in the heart에서 영화의 마지막 샷은 살아 있는 자의 세계를 죽은 자의 세계와 연결시킨다. 이 영화는 1930년대 경제 공황의 어려운 시절, 텍사스의 어떤 작은 마을을 묶어주는 소박한 기독교적 가치를 기리는 것이다. 마지막 샷은 교회의 장면이다. 카메라는 신도의 좌석을 한 줄 한 줄 길게 훑어가며 회중을 팬하기 시작한다. 살아남은 인물 사이 사이에 우리가 죽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여러 명 끼어있다. 그 중에는 살인자와 그 희생자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나란히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영화의 그 밖의 부분은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이 마지막 샷은 공동체의 통일된 정신이 살아있는 사람뿐 아니라 죽은 사람, 모든 구성원들을 포함한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상징적인 단계로 도약한다.

틸트 샷은 카메라 축을 중심으로 수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팬에 적용되는 많은 동일한 원리가 틸트에도 적용된다. 틸트는 피사체를 프레임 안에 잡는 데 사용할 수 있고, 공간적. 심리적 상호관계를 강조하고 동시성을 암시하며 인과 관계를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할 수 있다. 팬 촬영처럼 틸트 역시 시점 샷 point-df- view shots에서 주관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틸트란 앵글의 변화이므로, 한 인물 내부의 심리적인 변화를 암시할 때 종종 쓰인다. 눈 높이 eye-level의 카메라가 틸트 다운하는 경우, 인물은 더 약화되어 보인다.

달리 샷( 트러킹 샷 trucking shots, 트래킹 샷 tracking shots)은 움직이는 일종의 이동차(달리)에서 찍는다. 이동차는 배우들의 연기가 촬영되는 도중에 실제로 한 씬 안으로 들어가거나 나오거나, 그 씬과 함께 움직인다. 이동차가 더욱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촬영장에 궤도를 놓기도 하는데 트래킹 샷은 여기서 나온 말이다. 카메라는 자동차, 기차, 자전거 위에 설치할 수도 있다.
트래킹은 한 씬에서 나오거나 또는 들어가는 움직임을 생생하게 잡기 위하여 시점 샷을 쓸 때 유용하다. 만약 감독이 배우가 향하는 목적지를 강조하고 싶을 때 그는 연기의 시작과 끝 사이에 스트레이트 커트를 쓸 가능성이 더 많다. 만약 움직임 그 자체의 경험이 중요하다면 감독은 달리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 많다. 그래서 배우가 무엇을찾을 때, 시간을 끌게되는 시점 달리point-of-view-dolly는 수색 장면의 서스펜스를 연장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이와 유사하게, 풀백 달리pull-back dolly는 무엇을 갑자기 보여 줌으로써 영화속의 인물(과 관객)을 놀라게 만드는 기법이다. 즉 뒤로 움직임으로써 카메라는 놀라운 것, 전에는 프레임 밖에 있던 것을 보여준다.
달리 샷의 일반 기능은 대사와의 아이러니컬한 대조를 보이는 것이다. 대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동안 카메라는 그 화면을 빠져나와 진실을 보여줌으로써 배우의 말이 거짓임을 드러낸다. 이 샷은 감독과 관객 사이의 직접적인 대화에 해당하는 것이다. 어느 의미에서 이런 종류의 샷은 작중인물들이 알지못하는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소설의 전지적 화자에 비견될 수 있다. 이런 기법은 감독의 신중한 주관적 개입이며, 등장인물을 회의와 아이러니의 눈길로 보는 영화 감독들이 선호한다.
달리 샷의 가장 일반적인 용도 가운데 하나는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무엇을 드러내어 강조하는 것이다. 감독은 서서히 한 인물의 뒤를 따라가 중요한 것에 도달한다. 그렇게 따라가는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관객에게 우리가 중요한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클로즈업을 쓰는 커트는 빨리 발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달리 샷은 좀 더 천천히 단계적으로 발견하게 될 것을 암시한다.
프레임 안에서 움직임이 많지 않은 한 정적인 카메라는 안정감이 있고 질서를 느끼게하는 경향이 있다. 카메라 이동은 바로 그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생명력, 유동성 그리고 때때로 무질서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
카메라가 한 인물을 직접 따라갈 때 관객은 그렇게 따라가면 무엇인가 발견되리라고 암암리에 추측한다. 어떤 여행이든 행선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동 샷은 종종 무엇을 보여주기위해서가 아니라 상징적인 의도로 쓰이기도 한다. 장시간 트래킹 샷은 공간의 연속성을 유지함으로써 시간의 연속성까지 유지한다. 이런 영화에서는 샷 사이에 멈춤을 두고서 반추해볼 시간이 없다.

핸드헬드 샷은 일반적으로 덜 서정적이고 이동차에 의한 샷보다 더 자극적이다. 원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거의 모든 장소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용되던 이 카메라 기법은 많은 극영화 감독이 빠른 시간에 채택하였다. 핸드 헬드 카메라는 변화가 많고 거칠다. 카메라의 흔들림도 무시하기 힘들지만 특히 근접된 법위에서 찍은 샷의 경우 화면은 샷의 흔들림을 과장시킨다. 이 때문에 감독들은 주로 시점 샷에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가득 찬 방을 뚫고 가려는 주인공을 따라 핸드 헬드 샷이 사용된다.

크래인 샷은 궁극적으로 공중에서의 달리 샷이다. 크래인은 일종의 기계팔 mechanical arm과 같은 것으로서 길이는 6미터를 넘는다. 크래인은 촬영기사와 카메라를 씬 안으로, 혹은 밖으로 들어서 이동시킬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유연성 때문에 크래인 샷은 복합적인 많은 의미를 암시할 수 있다.
줌 렌즈를 쓸 때는 카메라가 실제로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화면에서의 효과는 극단적으로 빠른 트래킹 샷이나 크래인 샷과 매우 흡사하다. 줌이란 랜즈를 조합한 것으로서 연속적인 화각 변화가 가능하다. 근접한 와이드 앵글의 거리에서 매우 먼 망원 촬영의 위치까지 거의 순간적으로 변화하게 한다. 줌의 효과는 한 씬 안으로 깜짝 놀라게 뛰어들어가거나 혹은 그 안에서 갑자기 뽑혀나오는 느낌도 줄 수 있다.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달리 샷이나 크래인 샷 대신에 줌 샷이 쓰인다. 줌 샷은 어떠한 이동차보다도 훨씬 빨리 한 씬으로 들어가거나 나올 수 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어떠한 이동 기구도 필요하지 않으므로 줌 샷은 달리 샷이나 크래인 샷보다 경제적이다. 복잡한 곳에서 촬영을 할 때 줌 랜즈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에 찬 시선을 피해가며 먼 거리에서부터 촬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줌 샷과 실제로 카메라를 이동하여 찍은 샷 사이에는 심리적으로 차이가 있다. 달리 샷과 크래인 샷은 관객에게 한 세트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느낌을 준다. 카메라가 3차원적 공간을 통과함에 따라서 가구와 사람들이 화면의 측면으로 흘러 가능 것처럼 보인다. 줌랜즈는 사람들을 작게 만들고 공간을 평평하게 만든다. 영상의 가장자리는 그저 사라져 버리고 갑자기 확대한 것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우리가 한 씬의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 대신에 그 씬의 일부가 우리 쪽으로 들이 닥치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짧은 시간 동안 지속되는 샷에서 이런 차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보다 긴 시간 계속되는 샷에서 그 심리적인 차이는 두드러질 수도 있는 것이다.

보통 헬리콥터에서 찍은 공중 샷은 사실상 크래인 샷의 변형이다. 헬리콥터는 크래인 처럼 실제로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다. 야외 촬영을 할 때와 같이 크래인이 적절치 않을 경우 공중 샷이 그 효과를 대치할 수 있다. 헬리콥터 촬영은 물론 훨씬 더 화려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압도적으로 밀려드는 자유의 느낌을 암시하는 데에도 때때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