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술론 8
움직임의 기계적 왜곡
영화에서의 움직임은 실제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광학적 환영이다. 오늘날의 카메라는 초당 24프레임으로 동작을 녹화한다. 같은 속도로 그 필름이 영사될 때 이 정사진들은 사람의 눈에 의해 즉각적으로 섞여서 움직임의 환영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잔상 persistence of vision’이라고 부른다. 카메라 혹은 영사기의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영화 감독은 화면위에서의 움직임을 뒤틀리게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다섯가지 기본적인 조작 방식이 있다. (1) 애니메이션 animation (2) 패스트 모션 fast motion (3) 슬로 모션 slow motion (4) 역 모션 reverse motion (5) 프리즈 프레임 freeze frame
애니메이션과 실제 일반 영화 간에는 두 가지 근본적 차이가 있다. 애니메이션은 스스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하지 않는다. 촬영되는 것은 대체로 그림이거나 정적인 사물이다. 따라서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영화에서는 수많은 프레임이 각각 촬영된다. 각 프레임은 이웃하는 프레임과 극히 미세한 정도로만 차이가 난다. 이러한 프레임의 연속이 초당 24프레임씩 영사되면 그림이나 대상물이 움직이게 되고, 그래서 동화적 animated으로 변하는 환영을 낳게 된다.
애니메이션과 일반 영화 제작의 공통분모는 카메라의 사용, 즉 촬영 과정이다.
패스트 모션은 초당 24 프레임보다 더 느린 비율로 촬영된다. 보통, 촬영된 소재는 정상속도로 영사된다. 시퀀스가 초당 24프레임으로 영사될 때 그 효과는 일종의 가속이다. 이 테크닉은 종종 어떤 씬, 예컨데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을 보여주거나, 또는 카메라를 지나쳐서 달려가는 자동차의 자연스런 속도를 강화시키는 데 이용된다.
사람들이 유연하게 행동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행동할 때 코미디가 만들어진다고 말한다.행동이 기계와 같고 탄력이 없을 때 우리는 그것이 우습다고 느낀다.
슬로 모션은 1초당 24프레임 이상으로 사건을 촬영하여 표준 속도로 필름을 영사하여 만든다. 슬로 모션은 동작을 의식(儀式)처럼 보이게 하고 장엄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매우 흔해빠진 동작이라고 할지라도 느린 동작에서는 안무한 것과 같은 우아한 모습을 띠게 된다. 속도감이 코미디 본연의 리듬인 데 반하여 느리고 위엄있는 움직임은 비극과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 슬로 모션은 종종 운동경기를 다룬 영화에서 사용된다. 이 테크닉은 운동 선수의 발레 같은 우아함을 잘 보여줄 수 있다. 다른 경우는 올림픽 트랙 경기에서 슬로 모션은 운동선수가 결승선으로 나아갈 때 몸 근육 하나 하나의 필사적인 긴장감을 강화해 준다.
역동작 reverse motion은 필름을 역으로 돌리면서동작을 찍는 것을 말한다. 화면에 영사되었을 때, 사건은 거꾸로 영사된다.
프리즈 프레임 freeze frame은 스크린 위에 모든 동작을 중지시킨다. 한 영상이 선택되고 움직임이 멈춤을 나타내기 위하여 필요한 만큼 많은 프레임에 그 영상이 복사된다. 프리즈 샷으로 장면을 중단함으로써 감독은 한 영상의 주의를 끌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를 유쾌하게 만들기 위해 그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감독들은 희극적인 목적을 위해 프리즈 프레임을 쓰기도 한다. 다른 경우에서는 프리즈 프레임이 주제적인 목적을 위해서 사용될 수 있다. 영화의 끝에 주인공의 변함없는 상태를 강조하기 위하여 고정된다. 프리즈 프레임은 시간을 다루는 데에 이상적이다. 왜냐하면 사실상 고정된 영상은 변화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용기 True grit’의 끝 부분에서 헨리 하더웨이Henry Hathaway는 말을 탄 주인공(존 웨인 John Wayne)이 담장을 뛰어넘늠 샷을 고정시킨다. 말이 높이 뛰어올랐을 때 샷을 고정시킴으로써 감독은 하더웨이는 시간을 초월한 영광에 대한 비유를 창출한다. 그 이미지는 말 타는 사람의 영웅적인 상으로서, 시간과 쇠락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물론 동작이 전혀 없는 것은 종종 죽음과 연관되기도 하고, 하더웨이의 프리즈 프레임 역시 죽음의 뜻을 가지기도 한다. ‘내일 향해 쏴라’의 결론 부분에서 두 주인공은 사살당하기 직전에 동작을 멈추는 프리즈 프레임으로 죽음의 비유를 보여준다.
줌, 프리즈 프레임, 슬로 모션 장면 등은 1960년대에 거의 필수적인 기교중 하나였다. 때때로 그런 기교가 소재와 유기적인지 고려되지 않고 사용돼 멋부리기라는 상투수법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영화에서의 움직임은 단지 무엇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다. 감독에게는 움직임을 전달하는 많은 방법이 있지만 주어진 한 맥락에서 움직임이 얼마나 암시적이고 영향력이 있는가, 혹은 얼마나 정확하게 동작의 형식이 그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