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이것과 저것 모든 것은 상대적

허공에는 아지랑이와 먼지, 생물의 숨결이 뒤섞여 있다. 하늘이 파란 것은 본래의 빛깔인가? 아니면 너무 멀고 끝이 없기 때문인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봐도 같을 것이다.

물이 깊지 않다면 큰 배를 띄울 만한 힘이 없다. 한 잔의 물을 오목한 곳에 채우면 겨자씨는 그 곳에서 배가되어 뜨지만, 잔을 놓으면 바닥에 닿게 된다. 물은 얕은데 배는 크기 때문이다.

강한 바람이 두텁게 받혀주지 않으면 큰 날개를 띄울 힘이 없다. 구만 리를 올라가면 바람이 그만큼 아래에 있게 되고 그렇게 된 다음에야 바람을 탈 수 있게 된다.

푸른 하늘을 등짐으로써 아무런 거리낌이 없게 되고 그렇게 된 뒤에야 남쪽으로 날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저것과 이것으로 구분되나, 저것 쪽에서 말한다면 이것은 저것이고 저것은 이것이 된다. 즉 저것이라는 개념은 이것이라는 개념과의 대비에서 비로소 성립된다. 이것이란 개념은 저것이란 개념과의 대비에서 비로소 성립된다(제물론)

인간의 판단은 항상 상대적인 것이며, 절대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인간은 지에 의지해 자기의 판단만이 옳다고 서로 맞서 싸운다. 이것이 지적 동물인 인간의 비극의 뿌리다.

인간이 지를 버리지 않는 한 이 비극의 뿌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지의 한계를 자각하고 지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려면 사물의 차별상에 사로잡히지 말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길밖에 없다.

野馬也, 塵埃也, 生物之以息相吹也. 天之蒼蒼, 其正色邪? 其遠而無所至極邪? 其視下也, 亦若是則已矣. 아지랑이와 먼지는 살아있는 것들이 서로 내뿜는 기운이다. 하늘의 푸른 빛은 정말 제 빛일까? 멀어서 끝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아도 역시 같을 것이다.

且夫水之積也不厚, 則其負大舟也無方. 覆杯水於坳堂之上, 則芥爲之舟. 置杯焉則膠, 水淺而舟大也. 무릇, 물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수 없다. 한 잔의 물을 오목한 곳에 부으면 티끌은 배가 되어 뜨지만, 잔을 두면 바닥이 닿으니 물은 얕고 배는 크기 때문이다.

風之積也不厚, 則其負大翼也無力. 故九萬里, 則風斯在下矣, 而後乃今培風. 背負靑天而莫之夭閼者, 而後乃今將圖南. 바람이 쌓인 것이 두텁지 않으면 큰 날개를 띄울 힘이 없다. 따라서 구만리를 올라야 바람이 그 아래 쌓이게 되고, 이후에야 바람을 북돋아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앞을 막을 것이 없어서야 비로소 남쪽으로 가려 한다.

장자는 현상계의 본질을 변화 가운데서 추구한다. 만물은 한순간도 그칠 사이 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변화한다. 장자는 모든 변화의 근원인 동시에 일체의 변화를 지배하는 근본 원리를 상정하여 ‘도’라고 이름 붙였다.

‘도는 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으로, 마음으로 느껴 얻을 수는 있어도 감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다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것으로, 천지 개벽에 앞서 존재했다.

귀신도 상제도 하늘도 땅도 그 연원은 모두 도다.'(대종사)도는 사물을 떠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물에 내재하는 것이다. 이 도를 가지고 사물을 보면 일체의 사물에 구별이 없어진다.

도는 원래 무한정한 것이므로 사물의 구별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자연의 진정한 모습이다.

그러나 인간의 지(知)는 무한정한 자연을 한정지으려 한다. 사물을 대비하고 분별하여 질서를 세우려 하는 것이 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은 어떻게 사물을 분별해야 할까?

모든 존재는 저것과 이것으로 구분되나, 저것 쪽에서 말한다면 이것은 저것이고 저것은 이것이 된다. 즉 저것이라는 개념은 이것이라는 개념과의 대비에서 비로소 성립되며, 이것이란 개념은 저것이란 개념과의 대비에서 비로소 성립된다(제물론)

인간의 판단은 항상 상대적인 것이며, 절대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인간은 지에 의지해 자기의 판단만이 옳다고 서로 맞서 싸운다. 이것이 지적 동물인 인간의 비극의 뿌리다.

그러나 인간이 지를 버리지 않는 한 이 비극의 뿌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지의 한계를 자각하고 지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려면 사물의 차별상에 사로잡히지 말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