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거품 빼고 상상력의 모험 감행할 때
입력 : 2007.05.13 22:49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평균 50억 원이 넘는 영화제작비를 30억 원으로 줄이자는 운동에 나섰다. 배우 출연료·감독 연출료, 제작사·배급사·투자사의 비용을 줄여서 제작비의 거품을 빼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관객이 200만 명은 돼야 이익을 낼 수 있던 게 그 境界경계가 100만 명으로 낮아지게 된다.
한국영화는 2006년 3월 71.8%였던 시장점유율이 1년 만에 27.6%로 떨어졌다. 지난해 투자 손실액은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봉영화 110편 중 90여 편이 적자를 기록했다. 한미FTA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작년 7월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日數일수)가 146일에서 73일로 줄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영화계의 오늘은 예고돼 있던 거나 마찬가지다.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큰 제작·마케팅 비용을 들이며 너도나도 ‘대박’만 노리다가 ‘쪽박’ 차는 일이 거듭됐다. 한두 편의 흥행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는 현상도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지난해엔 수출도 68%나 急減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크린쿼터라는 인위적 보호막이 축소되자 영화계의 허약체질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지금 영화계엔 “이대로 가면 3~4년 안에 망한다”는 위기감이 떠돌고 있다. 한때 돈과 인재가 몰렸던 충무로 영화가엔 요즘 반쯤 門문만 열어놓은 영화사가 적지 않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영화 호황 때 혜택 받은 스타급 배우들부터 출연료 인하를 통해 제작비의 거품을 빼는 고통 분담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안 된다. 히트作작의 뒤만 좇는 빈약한 시나리오, 開花개화한 지 10년도 채 안 돼 벌써 한계에 부딪힌 연출력, ‘잠깐의 성공’에 安住안주했던 제작진이 ‘한국적 상상력’의 새로운 冒險모험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규모 큰 外畵외화와 같은 시장, 같은 운동장에서 맞서서는 승산이 없다.
할리우드 영화, 그 미국적 대량생산적 상상력과 맞서고 있는 곳이 유독 한국만은 아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똑같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영화가 이 싸움에서 이겨 살아남아야만 진정한 ‘韓流한류 시대’도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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