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예술론 4

6. 빛과 어둠 Light and Dark

영화에서 조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빛은 아주 예민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물을 강조하거나 초점을 맞추는 데 대단히 변별력이 뛰어난 스포트라이트 spotlight를 사용하여 감독은 촬영된 영상의 어떠한 영역으로도 관객의 눈을 끌고 들어갈 수 있다. 영화의 조명은 카메라나 피사체가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정태적일 수가 없다. 영화를 완성하는 데 그렇게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각각의 새로운 샷마다 필요한 조명이 엄청나게 복잡하기 때문이다. 촬영기사는 하나의 연속적인 장면 안의 모든 움직임을 계산해야만 한다. 대상물의 색조, 형상, 질감의 차이에 따라 빛의 반사나 흡수 정도가 달라진다.

   조명에는 많은 방식이 있다. 조명 방식은 보통 영화의 주제, 분위기와 연관성이 있다. 가령 코미디와 뮤지컬은 밝고 균등한 조명으로 고양된 주조(主調)를 가지며 분명한 명암의 대비를 회피한다.
비극과 멜로 드라마는 종종 강렬한 광선과 극적 어둠으로 뚜렷한 대조를 가진 조명을 쓴다.
미스터리물과 스릴러물은 확산된 어둠과 그를 둘러싸는 분위기 있는 빛으로 인하여 일반적으로 음울한 주조를지닌다.
   야외 촬영에서는 더 자연스러운 방식인 자연 조명을 쓰려는 경향이 있다.

   조명은 사실주의적으로 쓰일 수도 있고 표현주의적으로 쓰일 수도 있다. 사실주의 감독은 적어도 야외 촬영에서는 자연 광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야외에서도 대부분의 감독은 자연광을 증가하기 위해, 또는 맑은 날에는 태양빛에 의한 심한 대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램프나 반사판을 사용한다.

   어떤 감독들은 인공조명을 전혀 쓰지 않고 촬영하기도 했다. 자연광은 필름의 영상미가 기록 영화의 느낌, 즉 있는 그대로의 단단한 느낌과 거친 특성을 보여주며 또한 부드러운 인공적 조형미는 거의 없다. 실내 촬영의 경우, 사실주의 감독은 창문이나 램프 등의 분명한 광원을 비춘 영상을 좋아한다. 혹은 인위적이며 강한 대조가 없는, 흩어지는 빛을 종종 사용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사실주의 감독은 영화의 흐름에 자연스럽지 못한  특이한 조명을 쓰지 않는다.

   형식주의 감독은 사실주의 감독보다 더 교묘하게 빛을 이용한다. 빛의 상징적인 의미에 이끌리며 자연 광선을 애써 뒤틀리게 함으로써 이런 상징적 특징을 강조하려고 한다. 밑에서부터 조명을 받은 얼굴은 배우가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는다고 해도 무시무시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와 흡사하게 광원 앞에 놓인 방해물은 우리의 안도감을 해치려는 경향이 있는 까닭에 공포를 암시한다. 반면 어떤 경우에  특히 야외 촬영의 경우 실루엣 효과는 부드럽고 낭만적일 수 있다.
   얼굴이 뚜렷하게 위에서부터 조명을 받을 때 천사의 후광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일종의 실루엣에 준하는 배면 조명back lighting은 부드럽고도 신비스럽다. 러브 씬scene은 종종 연인들의 머리 주위에 낭만적인 영기를 주기 위하여 후광 효과를 내도록 촬영된다. 배면 조명은 금발머리를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될 때 특히 효과적이다.

   스포트 라이트의 사용으로 영상은 빛과 어둠의 격렬한 대조로 구성 될 수 있다. 영상의 표면은 손상되고 찢어진 것 처럼 보인다. 형식주의 감독은 그 같은 뚜렷한 대조를 심리적. 주제적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
   감독은 계획적으로 렌즈의 구경에 지나치게 많은 빛이 들어가게 함으로써 과대노출을 꾀하였고, 화면 전체에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홍수와도 같은 효과를 낳았다. 과대 노출은 악몽과 환상의 장면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가끔 이 기교는 일종의 매우 두려운 평판이나 정서적 과장감을 나타낼 수 있다.

* 촬영 감독들은 ‘마법의 시간’ 동안 촬영하기를 매우 좋아한다.  태양이 지평선 위에 낮게 떠 있는 빛의 마지막 시간에 , 인물은 실루엣 속에 반쯤 감춰지고, 화면 배경은 부드럽고 미묘한 빛에 휩싸인다

  7. 컬러 Color

   정교화된 색조는 1930년대에 개발되었지만 여러해 동안 주된 문제는 천연색 필름이 모든 것을 예쁘게 만들어버린다는 점 이었다. 천연색 영화 초창기에 최고의 영화는 인위적이거나 이국적인 배경을 가진 것들이었다. 사실주의적 드라마는 천연색 영화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초기의 색조 작업 color process은 화려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고, 의상 .분장. 장식과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전문가에게 자주 상담하였다.

   각각의 색조 작업은 어떤 기본 색조-이를테면 붉은색, 푸른색 혹은 노란색-을 전담하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나머지 색조는 어느 정도 왜곡되었다. 1950년이 훨씬 지나서야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었다.

   가장 뛰어난 천연색 영화는 표현주의적인 경향이 짙다.

   심리적으로 볼 때 색깔은 영화에서 잠재적 요소가 되는 경향이 있다. 색조는 의식적. 지적이라기 보다는 그 호소력에 있어서 정서적인 면이 강하며 표출성. 분위기와 관련된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한 구도안의 선들은 능동적으로 해석하려 하지만 반대로 피사체 자체보다 그 분위기를 나타내는 색조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초창기부터 시각 예술가들은 색조를 상징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해 왔다. 일반적으로 차가운 색(파란색, 초록색, 보라색)은 정적, 고립 그리고 평정을 암시한다. 따뜻한 색(붉은색, 노란색, 오렌지색)은 공격성, 폭력성, 자극을 나타낸다. 따뜻한 색은 대부분 화면에서 앞으로 튀어나오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