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예술론 6

영화예술론 6

움직임 Movement

영화 movies, 활동사진 motion pictures , 움직이는 그림 moving pictures, 이 모든 말은 영화 예술에서 동작이 가장 중요함을 암시하고 있다. 시네마 Cinema라는 말도 무용과 관련이 있는 ‘움직임’을 뜻하는 희랍어에서 유래한다.
영상 그 자체 처럼 움직임은 화면속에 담겨있는 소재 전체와의 관련성 속에서 고려되는 것이다. 우리는 막연한 느낌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만을 생각하는 정도로 흘려버리는 경향이 있다.

역동미 Kinetics

영상과 마찬가지로 동작도 직접적이며 구체적일 수 있고, 고도로 정형화되고 서정적일 수도 있다.
뮤지컬에서 연기자들의 움직임은 한층 더 정형화되어 있다. 이 장르에서 배우들은 그들의 가장 격한 감정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다. 춤이란 어떠한 사상과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는 정형화된 관습convention이다.
어떤 액션 영화의 장르에서는 격투장면이 이와 유사하게 정형화되어 있다. 예를들어 사무라이 영화나 쿵후 영화는 종종 힘들여 연출한 동작을 보여준다.
발레와 마임은 더더욱 추상적이며 정형화되어 있다.
무용에서는 안무의 범위를 둘러싸는 공간, 3차원의 무대에 의하여 움직임이 결정된다. 영화에서는 프레임 frame이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사람의 눈은 화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방향의 육체적인 움직임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반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의 움직임은 종종 긴장되고 불편하게 보인다. 영화 감독들은 영화의 내용을 강화하기위해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화면의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반면 그의 상대역들은 화면의 왼쪽으로 움직여간다. 주인공이 공포에싸여 전장에서 달아날 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인다.

   움직임은 카메라를 향할 수도 있고, 카메라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카메라의 렌즈를 우리의 눈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러한 움직임은 한 인물이 우리에게로 다가오거나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만약 그 인물이 악한이라면 카메라를 향해 다가오는 그의 움직임이 공격적이고 적의에 차 있으며위협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사실상 그는 우리의 영역을 침입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배우가 매력적이라면 카메라를 향한 움직임은 우호적이고 붙임성이 있고 때로는 유혹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경우건 관객을 향한 동작은 대체로 강하고 과시적이며 움직이고 있는 인물의 자신감을 암시한다.

카메라로부터 멀어져가는 움직임은 반대의미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강도는 떨어지고 배우가 우리로부터 멀어짐에 따라 소원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관객은 악한이 이런식으로 사라져 갈 때 안도감을 느끼는데 그가 우리와의 안전거리를 벌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은 약하고 겁에 질리고 의심을 품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영화는 카메라가 포착배경에서 멀어지든, 혹은 배우가 카메라에서 멀어지든 간에 어떤 거리감의 후퇴로 끝난다.

   화면 양측면을 오가는 움직임과 카메라로 향하거나 그것에서 멀어지는 움직임 사이에는 상당한 심리적인 차이가 있다. 대본에 따라 배우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경우에도 감독이 그 동작을 촬영하는 방법에 따라 그 심리적 의미가 다르게 결정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하여, 만약 인물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일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 그 인물은 결단을 내리고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카메라가 익스트림 롱 샷 extreme long shot가 아닌 경우, 이러한 움직임은 짧은 시간에 촬영된다. 옆으로의 움직임은 속도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종종 액션 영화에 사용된다.
   반면에, 인물의 한 씬의 깊은 심도 쪽으로 들어가거나, 또는 나올 때에는 종종 느린 효과를 낳는다. 카메라가 대상물과 가까운 범위 안에 있거나 초 광각 랜즈 extreame wide angle lens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카메라 쪽으로 다가오거나 그것에서 멀어지는 움직임은 화면 옆쪽으로 움직일 때보다 더 오랫동안 촬영해야 한다. 망원 랜즈로 찍을 때 그러한 동작은 끝없이 오래 끄는 것으로 보일 수가 있다.
   대부분의 고전적인 영화 감독들은 연기를 여러 위치에서 촬영하고, 이렇게 하여 움직임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의 시간과 공간을 압축한다. 또한 움직임을 대각선으로 무대화하여 더욱 역동적인 궤도의 동작을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

    움직임을 찍는 거리와 앵글은 그 의미를 크게 좌우한다. 대체로 원거리의 높은 곳에서 잡은 샷은 움직임을 느리게 보이도록 한다. 움직임을 가까이서 로우 앵글로 찍을 때에는 격렬하고 속도가 붙은 것처럼 보이게 된다. 감독은 동일한 소재를 – 이를테면 달리고 있는 사람 – 두 위치에서 찍어 반대의 의미를 나타낼 수 있다. 만약 하이 앵글에서 익스트림 롱 샷으로 찍는다면 그 인물은 무력하고 무능하게 보일 것이다. 그를 로우 앵글의 미디엄 샷으로 찍는다면 에너지가 넘치는 정력가로 보일 것이다. 피사체가 동일해도 각 샷의 진정한 내용은 바로 그것의 형식인 것이다.
   영화에서의 움직임은 수단인 샷에 필연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묘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의 클로즈업은 익스트림 롱 샷으로 찍은 가장 광범위한 전경만큼이나 많은 움직임을 전달할 수 있다. 사실 화면에 나타나는 범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익스트림 롱 샷으로 자동차가 15미터를 달리는 것을 촬영한 것보다 사람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클로즈업으로 찍은 것이 실제적으로는 더욱 많은 움직임이 포함되어 있다.    

   서사 영화와 심리 영화는 서로 다른 종류의 샷을 이용하여 상이한 방식으로 동작을 처리한다. 보통 서사 영화는 효과상 원경 샷에 의존하는 반면 심리영화는 근접 샷을 즐겨쓰는 경향이 있다. 서사 영화는 휩쓸어버리는 쾌감과 그 폭에 관심이 있는 반면, 심리 영화는 깊이와 세부 묘사에 치중한다. 서사 영화는 사건을 강조하지만 심리 영화는 사건의 의미를 강조한다. 서사 영화는 행위를 강조하고  심리 영화는 반응을 강조하는 것이다.
   두 감독이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서 전적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연극이 부분적으로는 시각 매체이지만 프레임의 크기(세트의 범위)는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변화가 없다. 연극은 롱샷에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동작의 왜곡은 불가능하다.

   만약 근접 샷으로 잡은 프레임 속에 많은 동작이 있다면 화면의 효과는 과장되어 보일 것이고 무엇인지 알아볼 수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감독은 비교적 정적인 씬에 근접 샷을 사용한다. 가령 대화하면서 연기하는 두 인물의 동작을 미디엄 샷으로 찍었을 때 여간해서는 정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클로즈업은 동작을 촬영하는 데에 훨씬 더 섬세하다.
   예술가들은 영화에서의 어떤 정서와 사상 – 환희, 사랑, 증오 등-을 새로히 묘사할 방법을 찿는다. 평범한 것에 개성을 부여하고 익숙해진 것을 신선하고 예기치 못한 것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무용이나 면극 무대에서의 움직임과는 달리 영화에서의 움직임은 늘 상대적이다. 익스트림 롱 샷에서는 큰 움직임만이 포착되기 쉽고, 눈동자의 반짝임은 클로즈업에서 주의를 끈다.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은 클로즈업에 의해 수천배 확대되어 눈물이 지나간 자리는 대홍수가 지나간 것 같은 움직임을 스크린 위에 나타냄으로써 공허한 느낌을 주는 기사들의 공격이나전통적인 서사 영화의 군대 충돌보다 더 강한 효과를 주고 있다. 때로는 눈물자국이 공중에서 낙하하는 비행사의 추락보다도 더 많은 스크린 공간을 차지한다.

    또한 영화에서 죽는 장면은 흔하다. 그러나 그것이 영화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종종 아무렇게나 처리한다. 죽음이란 보편적인 관심사이지만 감독이 이를 어느 정도의 독창성과 상상력으로 다룬다면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진부함을 피하는 한 방법은 동적인 상징을 통하여 정서를 전달하는 것이다. 무용가처럼 영화 감독은 어떤 동작 속에 있는 본질적 의미를 끌어낼 수 있다. 소위 추상적인 동작도 생각과 느낌을 암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움직임은 부드럽고 유순하게 보이는 반면, 어떤 행동은 거칠고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 곡선을 이루며 흔들거리는 동작은 일반적으로 우아하며 여성적이다. 곧고 직선적인 움직임은 격하고 자극적이며 강력한 느낌을 준다. 나아가서 무용가와는 달리 영화감독은 사람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이러한 상징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다.

   동적 상징은 기타 여러가지의 사상과 감정을 암시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환희와 기쁨은 뻗어나가는 동작으로 자주 표현되고, 공포는 자신없고 떨리는 여러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에로티시즘은 기복을 일으키며 물결 치는 듯한 동작으로 전달될 수 있다. 일본 관객들은 노골적인 성 묘사는 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 영화에서는 키스조차 드물고 성적인 의미는 종종 이러한 상징적인 방법을 통하여 표현된다.

   모든 예술 형식은 반동적 요소를 품고 있고 영화 또한 예외가 아니다. 움직임은 거의 보편적으로 영화 예술의 기초라고 간주되기 때문에 몇몇 감독은 정태성의 개념으로 실험을 하였다.  사실 이런 감독들은 가장 필수적인 동작 이외의 모든 동작을 제거함으로써 영화라는 매체의 본성에 고의적으로 반항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