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저출산 고령화 사회 ①고령화 속도 너무 빠르다                      

고령 인구의 고령화 급속한 심화 예상돼
속도 가장 빠른 한국 “2400년 인구 제로”

    ※ 편집자주 =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년은 더
짧아지고, 연금 재정은 몇 십 년 뒤 바닥난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
난다. 이에 따라 노인복지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의미와
문제를 ① 고령화 속도 너무 빠르다 ② 부모 부양 전통 변화한다 ③ 정년 다시 늘어
난다 ④ 국민연금 개혁 시급하다 ⑤ 노년 의료비 어떻게 감당하나 ⑥  노인주거  등
실버산업 주목 ⑦ 김용현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장 인터뷰 등으로 7회에 걸쳐 짚어
본다.

    (서울=연합뉴스) 김대영 편집위원 = ‘에이지퀘이크(Age-quake: 연진)’. 지진(ea
rthquake)이 땅 표면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것이라면 연진은 인구의 노화로 특정  사
회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것이다.
    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는 저서 `에이지퀘이크’에서 고령화사회가  세계경제
에 줄 충격을 지진에 비유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20년께 세계  경
제는 에이지퀘이크로 뿌리째 흔들릴 것인데, 그 강도가 리히터 규모 9.0에 달할 것”
이라고 예측했다.
    ◇ 인류의 고령화 =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도 2002년 4월 제2차  세계고령
화회의 연설에서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세계경제의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한 바  있
다.
    출산율이 낮은 한국과 일본, 유럽은 문제가 심각하다. 유엔인구국은 2000년  보
고서에서 급속한 노령화와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한국, 일본, 유럽  등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노령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이민자를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
한 바 있다.
    세계 최고령 사회인 일본은 현재의 근로연령 인구 대 퇴직연령  인구의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50년 간 매년 1천만 명의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퇴직
연령을 77세로 늘려야 할 것으로 유엔의 보고서는 예측했다.
    인류는 왜 고령화되는가.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그룹인 블랙스톤그룹의 피터 피터슨 회장은 저서  `노인들
의 사회 그 불안한 미래(Gray Dawn)’에서 고령화의 원인으로 ▲ 의학의 발전으로 평
균수명이 크게 늘어난 점 ▲ 미국 등 몇몇 국가의 베이비붐 세대가  현재  중년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점 ▲ 일본과 여러 유럽국가들에서 출산율이 저하됐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유엔은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정의한다. 피터슨은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다시
젊은 노인(65-84세)과 후기 노인(85세 이상)으로 구분한다. 그는 “노인들 중에서도
후기 노인의 수는 젊은 노인 인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데,  인구통계학에
서는 이런 현상을 `고령인구의 고령화’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50년동안 젊은 노인 인구는 3배 정도 늘어나지만 후기 노인의  수
는 6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85세 이상 노인들은 젊은 노인들에 비해
2배나 많은 병원 치료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령화 속도 = 인구 고령화의 속도에서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  인
구가 지난 1970년 7%에 도달한 뒤 24년 만인 1994년에 14%로 증가했다. 같은 자료에
보면 역시 노인인구 비율이 7%에서 14%로 증가하는 데 걸린 시간은 미국이 72년, 이
탈리아 61년, 영국 47년, 독일 40년, 프랑스 115년이었다.
    한국은 노인 인구 비율이 2000년 7%에서 불과 18년 만인 2018년에 14%로 증가해
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한다.
    유엔은 노인 인구 비율이 7%가 되는 사회를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로  규정
하고, 14%를 넘는 사회를 고령사회(Aged Society)로 부른다. 또 노인 인구 비율이 2
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Super Aged Society)가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한국의 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1
993년 5.7%였으나, 2000년에 7%를 넘고, 2005년 9%를 지난 뒤 지난해  9.5%로  14세
이상 인구(18.6%)의 절반을 넘었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 전체인구에 대한 노인인구의 비율은 2
018년 14.3%, 2026년 20.8%, 2050년 38.2%로 급속히 증가한다. 지금부터 불과 20년
뒤인 2026년께에는 인구 5명당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세계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71년 62.3세에서 지속적인 건강상태 개선과  의료기술향
상 등에 힘입어 2005년 77.9세로 상승했고, 2020년께에는 81세로 올라갈 전망이다.
    한국 여성의 가임기간(15-49세) 출산율 즉, 합계출산율은 2005년 세계최저인 1.
08명이었다. 특정 국가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이다. 인구를
유지하는 데 부부가 아이 두명을 낳으면 되지만 아이가 질병, 사고등으로 사망할 확
률을 감안해 2.0명이 아닌 2.1명이 된 것이다. 한국은 이미 1983년 합계출산율이 2.
08로 내려간 이후 계속 곤두박질했다.
    이런 추세 속에 한국의 14세 이하 아이들의 인구비중은 2005년 현재 19.2%에서
2030년 11.4%, 2050년 8.9%로 계속 낮아진다. 이에따라 14세 이하 어린이 100명당 6
5세 이상 노인인구 즉, `노령화 지수’도 2005년에는 47명이었지만, 2030년 214명, 2
050년 429명으로 빠르게 증가한다.
    한국인구는 2023년 5천70만 명까지 증가한 뒤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출산율이 현재의 추세를 계
속한다면 지금부터 약 400년 뒤에는 한국 인구가 `제로(0)’가 된다.
    한국의 고령화는 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가. 전문가들은 소득증
가 등에 따른 평균수명 연장과 저출산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세계 최저 수준인 저출
산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가 지난해 9월13일 펴낸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의
저출산 원인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환경 및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결혼연령이 상승”
한 것이 가장 크다. 즉, 여성의 결혼연령이 높아질수록 ▲ 가임기간이 단축되고 ▲
불임이 증가하며 ▲ 출산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출생아수가 감소한다는 것
이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4세 결혼시 평균출생아는 1.94명이지만, 25-29세  결
혼시 1.65명, 30-34세 결혼시 1.22명, 35-39세 결혼시 0.73명으로 출생아수가  감소
한다.
    또 시대별로 보면 1980년대까지는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 감소가 전체 출산율 감
소의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90년대에는 결혼연령 상승이 주 원인이었고,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는 기혼여성의 추가 출산 포기와 결혼 연령 상승이 비슷
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김용현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장은 “출산율이 크게 낮아진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여성들의 사회경제 활동이 늘어난 것과 결혼 후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쪽으
로 가치관이 변화한 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청년층  실업률이
높아져 결혼과 출산을 미룬 점 등이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의미 = 인구 고령화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생산가능 인구
(15-64세)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 가장 크다. 즉 2005년에는 생산가능 인구  7.9
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었지만, 2030년에는 생산가능 인구 2.7명이,  2050년에
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계
속된 저출산 추세는 정부가 출산장려책을 편다 해도 크게 증가시키기가 쉽지  않다”
면서 “저출산이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은 앞으로 15-20년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10년 내에 출산율이 급격히 올라가지 않으면 이민 유입 등  다
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경제성장을 1% 더 하는  것보다 이 문제를  해
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령화 현상은 우리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핵무기 확산
이나, 첨단 무기 테러, 슈퍼바이러스, 기후변화 등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맞닥뜨릴
끔찍한 재난들 중 하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블랙스톤그룹의 피터슨 회장은 “인류 고령화라는 당면 과제는 경제대국이  나아
가는 미래의 수평선 위에 거대한 빙산처럼 버티고 있다”면서 “(고령화라는)  인구통
계학적 변화에는 엄청난 경제, 사회적 비용이 따르며 그 비용은 세계 최강의 경제대
국이라 해도 제때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파산에 이를 만큼 위협적인 것”이라고  말했
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 결과들 중 대표적인 것은  ▲  경제
성장잠재력을 약화시켜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고 ▲ 은퇴자들의 소비가  증가하
면서 중장기적으로 가계 저축률이 하락하며 ▲ 국민연금 수혜자 증가로 국민연금이
재정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 대책은 이미 늦은 감이 있다.
    김용현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장은 “출산율이 이미 1980년대초부터 인구  대체
수준인 가임여성 1인당 2.01명 밑으로 내려갔는데도 정부는 계속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했다”면서 “그리고 1990년대까지도 정부나 학계, 정치권 인사들이 사태의  심각
성을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지금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세우고는 있지만 실기(失期)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