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산업의 미래

노인주거 등 실버산업 주목                    

소득 따라 무료.실비.유료 노인주택 구분
저소득층.중산층 위한 주거복지시설 부족

    (서울=연합뉴스) 김대영 편집위원 = 퇴직하면 어디에서 살까?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면 대부분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다. 수입이 더 이상 없는
상황에서 기존의 재산을 갖고 여생을 살려면 재산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그중 가장
큰 것이 주거 자산이다. 중상류 이상의 부유한 계층에서는 자신의 주택을 처분하고
궁극적으로는 유료노인주택에 들어가 살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소득이 거의 없는 기초생활보장대상자라면 정부가 운영하는 양로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무료다. 기초생활보장대상자는 아니지만 소득이 많지 않은 노인들은
정부 보조를 받아 이용료가 저렴한 실비양로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
    유료노인복지주택이나 유료 양로시설은 60세 이상, 무료 및 실비 양로시설이나
복지주택에는 65세 이상 노인만 들어갈 자격이 있다.
    그러나 퇴직 후 주거문제가 쉬운 선택은 아니다.
    노인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이른바 `시설’에 들어가는 데 거부감이 크다. 자식들
로부터 버림 받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고, 외부세계와 격리됐다는 생각이 들 수
도 있기 때문이다.
    ◇ 주거형태 현황 = 정부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을 ▲ 무료양로시설(65세 이상  건
강한 기초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급식 등 일상생활 편의 제공) ▲ 실비양로시설(일정
소득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급식 등 편의제공) ▲ 유료  양
로시설(60세 이상 건강한 노인들에게 일체의 비용을 받고 급식 등 편의제공) ▲  유
료노인복지주택(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체의 비용을 받고 주거편의  제공)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중 민간업체들이 지어 운영하는 시설이 유로양로시설과 유료노인복지주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시설을 지어 운영하는 업체에 취득세와 등록세를 50%씩 감면해준다.
    유료노인복지주택은 노인을 위한 모든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노인들은 청소,
빨래, 식사준비 등 각종 잡일에서 해방될 수 있고, 모든 편의시설을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분양받아 소유권 이전등기를 할 수도 있고, 전세 개념의 임대를 할
수도 있다. 단, 계약자나 입주자가 모두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최근에는 일부 건설업체들이 유료노인복지주택을 지으면서 일반 아파트처럼  60
세 미만 사람들에게도 분양을 하는 불법행위를 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
런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추가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처벌은 ▲ 60세 미만자에게 분양을 한 사
업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 법규를 위반해 분양한 세대당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 60세 이상  노인들에게로 소유권 이전을 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계속 부과한다는 것 등이다.
    분당의 한 유료노인복지주택에는 60세 이상 남녀 노인 377명이 산다. 지난 2002
년 분양가는 25평이 2억3천, 41평 4억8천만원, 94평이 10억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약간씩 올랐다고 이 주택 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일단 분양이  끝나면  손을
떼는 민간 아파트 분양과 달리 유료노인복지주택은 주택을 지은 `설치자’가  영속적
으로 운영해야 한다.
    노인들은 청소, 식사 등을 관리인에게 맡기고 시설을 이용하는 대가로 한 달에
1인당 평균 150만원 정도를 지불한다. 이중 관리비 68만원에 식비가 40만원 정도다.
부부가 산다면 식비가 추가돼 한 달에 내는 비용이 대체로 200만원-250만원 정도가
된다. 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의 평균나이는 남자가 79.35세, 여자는 76.51세로 전체
평균은 77.67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 노인정책팀의 집계에 따르면 이 같은 유료노인복지주택
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2005년 말 현재 2천200명 정도다.
    유료양로시설은 분양을 받을 수 없고 임대만 가능하다. 이런 종류의 시설은 한
달에 1인당 200만원 이상을 운영비로 내야 하는 고급시설에서부터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 이런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은 4천 명  정
도라는 것이 노인정책팀의 얘기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위한 무료양로시설은 정부가 국고에서 설치비와 운영비를 1
00% 지원한다.
    실비양로시설은 정부가 국고에서 설치비의 100%, 운영비의 50%를 지원한다.  기
초생활수급자보다 소득이 많은 이른바 `차상위 계층’이  이용한다.  실비양로시설은
현재 노인 1인당 운영비를 최고 월 74만8천원(본인 부담 37만4천원, 같은 액수 국고
보조)까지 받을 수 있다. 실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차상위 계층’이란 65세 이상
노인과 그 노인과 생계를 같이하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을 합산했을 때  도시근로자가
구의 1인 월평균 소득액인  101만3천원(2007년 기준)에 미달하는 노인을 말한다.
    무료나 실비 양로시설은 지방자치단체나 사회복지법인들이 주로 설치 운영한다.
    ◇ 정책 =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새로마지플랜2
010)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만 거주하는 고령자 가구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자가구는 2005년 159만 가구(전체가구의 10.1%)였지만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2010년에는 206만 가구(12.2%)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자 1인 가구도
1990년에는 전체가구의 1.7%였지만 2000년 3.8%였고, 2010년에는 6.2%로 급증할  것
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노인주택 공급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
다.
    서울시니어스연구원 원장인 고양곤 강남대 석좌교수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들은
영구임대주책이나 양로원에 들어가면 되지만 차상위 저소득층은 노인주택을  이용하
기가 어렵게 돼 있다”면서 “외국의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실비 노인주택이 많이  있
지만 우리의 경우 실비나 무료 노인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또 유료노인주택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발제한구역을 풀어서 토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면서 “지방정부가 토지를 싸게 공급하고 정부는  노
인주택 건설사업자들에게 연금기금 등에서 장기 저리 융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분양비나 운영비가 지금보다 훨씬 저렴해져 현재 중산층 중에서도 상층
부 이상이 입주하는 유료노인주택을 모든 중산층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도 고령자용 주택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
의 새로마지플랜은 “(노인주택은) 고소득층을 위한 유료 주거복지시설과 기초생활보
장대상자 및 차상위계층을 위한 무료, 실비 주거복지시설 위주로 공급되고  있다”면
서 “저소득 및 중산층 고령자가 입주할 수 있는 주택 및 주거복지시설이  부족하다”
고 말한다.
    정부는 저소득 고령자들을 위한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일단  시
범사업을 올해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정부는 경기도 가평과 부천 범박, 서울 강남구
세곡동 등 3개지역에 855호의 고령자용 국민임대주택을 올해 착공해 2009년  고령자
들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한편 현재는 노인시설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지만 앞으로는 인식이
개선돼 시설에 입소하는 것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나타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
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치매 중풍 등의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위
한) 노인수발보험제도가 시행되면 노인들이 요양시설 등을 많이 이용하게 되고,  그
렇게 되면 사회 분위기도 점차 노인시설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보
인다”면서 “앞으로 인식전환이 되면 노인시설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민간업체에서
도 그런 (유료) 시설을 짓는 분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실버산업 = 정부는 실버산업이라는 명칭 대신 고령친화산업이라는 용어를 사
용한다.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에 따르면, 고령친화산업의 시장  규
모는 2010년 31조원에서 2020년에는 약 116조원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이인수 교수는 지난해말 출간한 저서 `실버산업의 전망과 과제’에서 실버산업을
“중년기 이후 노년층 사람들을 주고객 대상으로 하는 영리목적의 사업”으로  정의하
면서 “은퇴노인들을 겨냥한 `실버산업’은 21세기 최대 유망업종 가운데 하나로 꼽히
고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복지사업과는 기본적으로 구분되는 실버산업은  경
제력 있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노인복지의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노후 생활의 안
락과 안전을 제공하는 영리산업이다. 그러나 정부의 직간접 재정지원이 있는 노인복
지시설이라 하더라도 이를 유료화시켜 운영할 때에는 실버산업의 범위에 포함된다.
    실버산업은 기본적으로 ▲ 연금, 보험 등 금융산업 ▲ 서비스산업 ▲ 여가산업
▲ 의료 보건관리산업 ▲ 주거관리 산업 ▲ 노년층 또는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필
요한 여러 물품을 판매하는 노인용품 판매산업등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7월 발표한 ‘국내 실버산업의 성장성 전망’  연구보고
서에서 2000년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0%를 넘어서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한
국은 2008년을 전후해 6.25전쟁후 태어난 베이비붐세대 소비층이 가세하면서 2010~2
0년 10년 간 고령친화산업의 성장률이 연평균 12.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