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기르자

1. 능력있는 보스는 자기감정 잘다스려

리더들이 종종 간과하는 사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 툭 던져도 사람들은 뜻밖에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가볍게 문제점을 지적해줬을 뿐인데 부하는 자신의 운명이 끝난 것처럼 기가 죽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려해보라고 했을 뿐인데 스태프들은 엄청난 물량과 인력을 투입해서 일을 추진한다.
리더가 가지는 영향력은 항상 본인의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리더는 함부로 모든 일에 개입해선 안 된다.
가진 힘이 클수록 신중해야 한다.
대부분의 문제들이 당장 리더가 나서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급한 것 같아도, 조금만 지켜보면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를 문제화시키면 더 큰 문제가 된다.
몰락한 한 재벌그룹의 회장도 너무 모든 일에 개입하는 바람에, 부하들이 수동적이고 무책임한 자세를 갖게 됐다.
사고가 나도 그 어떤 부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것이, 회장이 너무 모든 일에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모든 것을 일일이 챙겨야 하는 완벽주의자는 리더로서 자격상실이다.

리더는 자신의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
리더의 감정 기복이 심하면 거기에 따라 조직 전체가 흔들거리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설적인 거상(巨商) 호설암(胡雪巖)은 “호랑이는 아무데서나 성깔을 부리지 않는다”면서 능력있는 인물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해야 함을 강조했다.
“능력을 갖춘 사람은 대개 성깔이 있는 편이지만 집안에서는 절대 성깔을 부려선 안 된다.
집에서는 호랑이 같고 밖에서는 얌전한 고양이 같은 사람은 절대 성공하기 어렵다.
평소에는 자신의 기개를 드러내지 않다가, 위기가 닥쳤을 때 놀라운 능력과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이 정말 쓸모있는 사람이다.”
또 리더는 자기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아는 한 보스는 부하 팀장들이 어떤 안을 내면 습관처럼 “OK”라고 했다.
그러면 그게 하라는 건 줄 알고 다들 죽어라고 그 일을 추진하는데, 요행히 잘되면 아무 탈이 없지만 잘 안되면 그 보스는 늘 “내가 언제 그 일을 하라고 했냐?”는 식이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보스가 “OK”라고 해도 별로 힘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가, 경쟁사에 추월당하면 보스는 “왜 내가 하라고 했는데 안했냐?”면서 화를 냈다.
‘OK’라는 아리송한 표현 하나 가지고 부하들은 알아서 감(感)을 잡아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됐다.
이것은 보스의 비겁함이다.
자기의 한마디에 목숨을 거는 부하들을 이런 식의 애매한 의사표시로 불안케 하는 것은 잔인한 행동이다.
그러니까 매 정권마다 ‘어른’의 의중을 지레 짐작한 부하들이 과잉 충성을 해서 자꾸 사고가 나지 않는가?
신중히 결정하되, 한번 결정한 것은 수정(水晶)처럼 분명하게 전달하라.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호쾌하게 책임을 져라.

리더는 또한 자신의 힘을 부드러운 사랑속에 담아야 한다.
사자는 웃어도 토끼가 인상쓰는 것보다 무섭다. 리더는 아무리 부드럽게 말해도 부하들은 긴장한다.
힘있는 사람은 조용히 말해도 크게 전달된다.
당신의 영향력을 섬세히 관리하라.  

2. 열정이 최고의 경쟁력

신화(神話)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이고, 올해로 사후 20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그러나 특유의 괴팍함 때문에 ‘상냥한 미치광이’로 불렸던 명지휘자 에드리안 불트.
그는 젊은이들이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상담하러 오면 “다른 직업을 찾으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음악을 할 수 없다면 가스 자살을 해버리겠다는 확신, 즉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은 뒤라면 굳이 말릴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음악 심부름꾼으로 억지 고생을 하느니, 그냥 즐기는 애호가로 남는 편이 좋지요.
” 한마디로 자기 일에 관해선 미쳐버릴 정도의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말 그렇다.
탁월한 리더들은 하나같이 자기 일에 대해 용암처럼 솟구치는 열정을 갖고 있다.
미국의 경영 연구기관인 스펜서 스튜어트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50대 CEO들의 제일 두드러진 공통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타는 열정’이라고 했다.
이들 CEO들은 장래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충고를 주겠냐는 질문에 대해 너나 없이 “성공하기 위해선 네가 하는 일에 푹 빠질 정도로 그 일을 좋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 밥 이튼은 젊은이들에게 늘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
매일 직장에 출근하는 것에 대해 흥분해야 하고, 뭔가 영향을 미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MS의 빌 게이츠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매일 일하러 오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거기엔 항상 새로운 도전과 기회와 배울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누구든지 자기 직업을 나처럼 엔조이(enjoy) 한다면 결코 탈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열정(熱情)은 한자로 쓰면 ‘뜨거운 정신’이다.
어떤 일에 대한 불같은 헌신과 마음을 말한다.
이 열정은 가슴 깊은 곳에 새겨져 있는 분명한 목적의식에서 온다.
많은 젊은이들이 뜻밖에도 게으른 것은 왜 이 일을 해야 하느냐는 목적의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적의식이 분명해진 사람은 자기가 가진 열정과 재능의 150%를 쏟아낸다.
목적의식은 내가 부르다가 죽을 이름이며, 자다가도 나를 벌떡 일어나게 하고,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 어떤 것이다.
올림픽 선수는 문신(文身)처럼 승리의 금메달을 가슴에 품고 혹독한 4년의 훈련에 임하지 않는가.
자신은 시장통에서 막일을 하면서도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웃는 어머니의 마음은 목적의식으로 꽉 차있다.
인류를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꿈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목적의식은 선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히틀러의 비틀린 목적의식은 600만이 넘는 유대인들과 수십만에 달하는 러시아인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열심히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점은 바른 방향을 잡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 범위를 잘못 알고 있으면 모두 헛수고다.
당신의 꿈은 진정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 종인가? 자문자답해보라.  

3. ‘참리더’ 실낱같은 비전으로 가시밭길行

열정은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성격, 비전(vision)이 자신이 하는일과 딱 들어맞을 때 더욱 강렬하게 타오른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는 한국인을 세계최고의 일벌레로 꼽고 있지만, 우리의 직장 만족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그래서인지 주위에 돈많은 사람들은 많이 보이는데, 꿈있는 사람들은 별로 안보이는 것 같다.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많은 직장인들은 일을 많이 해서 그런게 아니라, 진정 자신이 좋아하거나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지못해서 그렇다.
변화관리 전문가인 구본형씨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하고 싶지만 잘 못하는 일은 그대와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이다.
옷소매조차 스치지 못한 인연이니 잊어라. 하기 싫지만 잘하는 일 역시 그대를 불행하게 만든다.
평생 매여 있게 하고, 한숨 쉬게 한다.
죽어서야 풀려나는 일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을 연결시킬 때 비로소 그대, 빛나는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다.”

열정을 유지시켜주는 요인은 승리다.
조금씩 성취를 경험하고, 승리를 체험해야 더욱 신이 나서 일하게 된다.
승리를 위해 근무시간 외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탁월한 야구 선수들은 정해진 연습 시간 외에도 밤늦게까지 스윙 연습을 하고, 상대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연구한다.
위대한 농구스타 마이클 조단은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에게 늘 이렇게 충고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널 칭찬해도, 넌 쉬지 말고 훈련해야 한다.”

연필은 항상 스스로를 깎아내는 노력 없이는 선을 그을수가 없다.
가장 뾰족하게 깎은 연필만이 가장 가는 선을 그을 수가 있다.
히브리어 동사 ‘라마드’는 ‘가르친다’와 ‘배운다’라는 두가지 뜻을 동시에 담고 있다.
끊임없이 배우는 자만이 남을 가르칠 자격이 있다는 은유다.

열정은 또 형극(荊棘)의 용광로를 거쳐서 제련된다.
흔히 열정이라고 하면 환상적이고,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것을 생각하지만 사실 리더의 열정은 시련과 고통 속에서 영글어진다.
기독교에서는 겟세마네 동산에서부터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죄를 짊어지기 위한 예수의 고뇌 스토리를 ‘패션 내러티브(Passion Narrative)’라고 부른다.
‘열정’이라는 영어단어 ‘패션(Passion)’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화려하고 편한 길을 버리고, 험한 가시밭길을 실가닥 같은 비전 하나 붙들고 걸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열정을 갖추더라도 장시간 열정을 타오르도록 만들어주는 기름은 네트워킹(networking), 즉 관계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루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만나느냐이다.
겸손히 자기를 굽혀 좋은 가족, 스승, 동료, 후배들과 깊은 관계를 쌓아나가야 한다.
그들을 통해 기대 이상의 지혜와 격려와 사랑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일본 속담에 ‘그 누구도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똑똑하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이런한 열정의 조건들을 갖춘 리더, 세상은 바로 당신을 필요로 한다.

4. “불평말고 기회올때 낚을 실력닦아라”

영향력 있는 리더가 되려면 칼과 칼집이라는 두 축을 갖춰야 한다.
칼은 콘텐츠, 즉 내용이다.
칼은 내가 축적한 지식이고, 연마한 실력이며, 경험을 통해 쌓아올린 노하우다.
좋은 생각과 목표를 현실화시키는 방법은 바로 이 칼이다.
프랑스 혁명의 주역들은 왕과 귀족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았지만, 새로운 국가를 경영할 ‘칼’을 다듬어 놓지 않았기에 결국 프랑스는 대혼란기에 접어들고 말았다.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반대는 이전보다 더 심한 해(害)를 가져 온다.
세상이 자기를 몰라 준다 불평만 하지 말고, 역사가 기회를 줄 때 그것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실력을 평소 쌓아 놓아야 한다.

또 명검(名劍)일수록 칼집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삐어 나가서 아무 것이나 막 베어 버리기 때문이다.
칼이 실력이라면, 칼집은 겸손이다.
실력이 좋을수록 겸손해야 그 실력이 더 찬란한 빛을 발한다.
내가 가진 것이 진리이기에, 내가 가진 상품의 질이 최고이기에 그것은 겸손이라는 바구니에 담아서 전달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겸손은 나약한 자의 무기력한 선택이 아니라, 강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특히 겉으로 드러난 표현만 겸손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태도도 겸손하게 할 일이다.

또한 칼집은 인내를 가리킨다.
매미는 한 철 울기 위해 애벌레로 7년을 기다린다.
식물의 성장은 대개 밤에 이뤄진다.
아이들도 잠잘 때 큰다.
성장기 어린이들은 잘 먹어야 하지만, 동시에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진짜 병사는 싸우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을 잘해야 한다.
인내란 무기력하게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최선의 준비를 끝내놓고 절대자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것이다.

칼집은 침묵이기도 하다.
당신이 살아온 순간들을 돌이켜 보라.
해야 할 말을 못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는 안 해야 할 말을 해버린 것에 대한 후회가 더 많지 않은가?
혀는 무서운 독사와 같고, 타오르는 불과 같다.
어쨌든 리더는 끊임없이 말을 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따라서 우리는 웅변을 배우기 이전에 침묵의 지혜를 몸에 익혀야 한다.
한마디 말에 천근의 무게를 담기 위해 침묵하는 습관을 먼저 익혀야 한다.

칼집은 또 자기절제(self-control)다.
입맛이 당긴다고 다 먹어 버리면 탈이 난다.
힘이 있다고 마구 휘두르면 안 된다.
불러준다고 다 가면 안 된다.
박수를 쳐준다고 무대 위에 계속 서 있으면 안 된다.
생각 난다고 다 말해 버리면 안 된다.
속도가 빠를수록 브레이크가 잘 듣는지 체크하면서 가야 하는 자기통제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칼집은 부드러움이다.
대가(大家)일수록 움직임이 부드럽다.
프로 골퍼들의 스윙이나 유명 축구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라.
춤을 추듯 부드러운데 다이너마이트 같은 폭발력이 뿜어져 나온다.
부드럽게 말하고 행동하자.
예리한 칼과 안정된 칼집을 겸비한 리더가 못내 그리운 때다.  

5. NO! 할 줄도 알아야

리더라는 자리는 때로 매정한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자기가 제 3자의 위치에 있거나 야당의 입장이거나, 참모로 있을 때에는 리더의 ‘모진 냉정함’이 늘 못마땅하다.
그리고 자기가 보스가 되면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로베스삐에로가 말했듯이 가장 반항적인 야당이 파워를 잡으면 제일 지독한 독재자가 된다.
막상 그 자리에 한 번 서보라.
당장 조직의 생존을 위해 인사(人事)와 재정, 미래의 방향을 시시각각 결정해야 된다.
한가한 탁상공론이나 장난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내 결정에 달려 있으므로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을 져야 한다.
억누르는 상사보다 어쩌면 더 힘든 것이 제멋대로인 부하라는 사실에 섬뜩 놀란다.
비난은 쉽지만 대안 제시와 실행은 엄청나게 어렵다는 것을 매일 절감하는 것이 리더의 자리다.

부패를 청산하고 싱가포르를 부국(富國)으로 만든 리콴류 전 총리에겐 아픈 기억이 있다.
한 번은 탁월한 건축 설계사로서 싱가포르 정부의 고위 관료가 된 그의 친구 하나가 백만달러의 뇌물 스캔들에 연루되어 징계 대상이 되었다.
친구는 리콴류에게 몰래 찾아와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리콴류는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악물고 그를 돌려보냈다.
국민 여론의 매서운 질타 앞에 그 친구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해 버렸다.
리콴류에겐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이 됐다.
“그 친구는 고작 백만달러의 뇌물 스캔들로 자살까지 해야 했는데, 아마 그 친구가 우리나라에 벌어준 돈은 그 수백배는 되었을 겁니다.
정말 유능하고 좋은 친구를 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매서운 각오가 없인 결코 부정부패 척결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죠.
신뢰를 잃으면 개혁은 끝입니다.”

우리는 리더의 자리가 요구하는 이 거룩한 냉혹함을 어느 정도 이해해 주어야 한다.
어른이 되고, 리더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한번 봐주고 싶고, 만나주고 싶고, 승낙해주고 싶지만 결연히 “노!”라고 해야만 하는 때가 수없이 많다.

제대로 된 야당이 되려면 한 번쯤은 여당을 해본 사람이어야만 한다.
부모 속을 썩인 사람은 반드시 자기 자식한테 똑같이 당한다.
참모 시절 보스의 심정을 이해해 주지 않았던 사람은 자기가 보스가 되면 자기보다 더 반항적인 부하들에게 고통당한다.

리더의 길은 그래서 뼈가 시리도록 외로운 것이다.
때로는 당신과 가장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서마저 “어쩌면 그럴 수 있느냐”는 말을 들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고도(孤島)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그 고독. 문제는 많은데 그것을 나눌 사람이 주위에 없을 때의 답답함.
비판하는 사람은 많은데 함께 책임질 사람은 없을 때의 절망감.
이때가 바로 리더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때요, 절대자 앞에 겸손히 엎드릴 때이다.
하지만 바로 그때가 가장 아름답고 리더다운 순간이기도 하다.

6. 참을수 없는 비난도 견디며…

1914년 12월 5일. 투지에 불타는 영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Shackleton)이 이끄는 27명의 남극 탐험대가 기세좋게 돛을 올리고 출발했다. 최초로 남극대륙을 육로로 횡단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들이 탄 배는 남극의 부빙(浮 )에 막혀 난파하고 만다. 섀클턴의 탐험대는 추위에 떨며 식량과 보급품 부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그후 2년 동안 그들은 펭귄을 잡아 허기를 달래고, 얼어붙은 부빙 위에서 생활했다. 뿐만 아니라 지붕도 없는 보트로 험난한 남빙양을 두 번이나 건너는가 하면, 절해고도 엘리펀트 섬에서 사투를 벌이며 살아남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섀클턴 대장의 리더십 때문이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섀클턴 대장은 팀워크, 희생정신, 서로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비록 당초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극한 상황에서 자신과 부하들을 데리고 살아 귀환한 섀클턴 대장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우리는 보통 성공한 리더들의 스릴 있는 입지전적 스토리를 선호한다. 그들의 성공을 통해 마치 내가 성공하는 것 같은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일까? “성공하면 무슨 말을 해도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농담도 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 보면,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내가 이끄는 조직이 무너지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남도록 하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다. 리더십이란 실제로 해보면 책이나 영화처럼 그렇게 멋있고 웅장하지 않다. 섀클턴 대장이 겪었던 것처럼, 리더십이란 철석같이 의지하던 배가 침몰할 때도 절망하지 않는 것이며, 끝없는 고독과 단조로움 속에서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이다. 전혀 해보지 않은 일도 과감히 시도해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고, 절망 속에서도 건강한 유머로 팀워크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이다.

이러하기에 이 무지막지한 현실에서 오랜 세월 살아남은 우리 주위의 수많은 서바이벌(survival) 리더들에게 어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많은 아이들의 문제와 반항을 가슴에 싸안고 수십년간 교단을 지켜온 반백(斑白)의 선생님들은 대단한 서바이벌 리더들이다. 부도와 파산의 위기를 수없이 넘기고, 정부와 노조와의 수많은 갈등관계를 헤쳐가며, 그래도 직원들 굶기지 않고 작은 회사나마 묵묵히 이끌어온 기업가들은 정말 대단하다. 낯선 오지(奧地)에서 몇 십년을 묵묵히 봉사한 선교사들 앞에선 절로 고개가 수그러진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엄청난 가시적 성공을 이뤄내지 않으면 어떠랴? 오늘의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섀클턴과 같은 호쾌한 의지를 가지고 힘차게 뛰고 있는 리더들이여. 당신이 아무리 힘들어도 백기(白旗)를 들지 않는 까닭에 역사는 고고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힘들고, 지루하고, 욕을 먹어도 결코 포기하지 마라.

7. 리더 망치게 하는 7가지 악덕 경계를

마하트마 간디는 우리를 파괴시킬 수 있는 일곱 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조직을 제대로 이끌겠다는 리더라면, 조직을 파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생각하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

첫째, 노동 없는 부(富)다. 땀흘려 일하지 않고 사람과 물질을 교묘히 조종하여 불로소득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피라미드식 판매는 처음에 조금 수고하면 나중에는 일하지 않고 편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땅투기나 증권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둘째, 양심 없는 쾌락이다. 의식주(衣食住)를 해결한 현대인들의 관심은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뭐 없을까?’이다. 남이 아무리 힘들어도, 양심의 가책 없이 자기 쾌락만을 추구한다. ‘성공했으면 당연히 남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유혹이 광고마다 넘쳐난다.

셋째, 인격 없는 지식이다. 무지(無知)보다 더 위험한 것은 깊은 인격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지식이다. 강력한 엔진의 스포츠카를 마약에 중독된 청소년에게 맡기는 것과 같다.

넷째, 윤리 없는 비즈니스다. 아담 스미스는 자본주의 경제의 성공은 그 사회의 도덕성에 달렸다고 했다. 즉 서로를 얼마나 잘 섬기고, 돕고, 진실하게 대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익추구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비즈니스 정신이 우리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다섯째, 인성(人性) 없는 과학이다. 만약 과학이 단순한 기술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SF 영화처럼 인간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과학이 인간을 섬기도록 해야 하는데, 우린 요즘 우리가 만든 기계문명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여섯째, 희생 없는 종교다. 희생적인 삶이 없는 종교는 종교의식으로 전락하고, 진정한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진정한 리더십은 손해 보고, 희생하는 데서 나온다.

일곱째, 신념 없는 정치다. 신념이 없다는 것은 배를 모는 항해사가 북극성을 잃는 것과 같다. 정치인들은 많은 돈을 뿌려서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 하지만, 자신들에게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분명한 신념과 도덕관이 있느냐는 잘 체크해 보지 않는다.

자기가 가진 내용보다 더 유명해져버린 (아니면 유명해지고 싶은) 리더들, 아는 것보다 더 많이 말해야 하고 지킬 수 없는 약속도 척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더들은 이러한 일곱 가지 요소가 언제나 자기의 리더십을 뒤흔들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리더들은 때로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나는 내 실력과 인격보다 과분한 지위에서 대접받아 온 것은 아닌가? 나의 성공은 과연 견실한 실력에 기인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상당 부분 운(運)과 인맥과 남의 실패에 힘입은 것이었는가? 나의 기업은 과연 광고나 선전하는 정도의 내실이 있는가? 진정 대권(大權)을 추구하기 전에 대능(大能)부터 구할 일이다.

8. 성공의 그늘에 도사린 원망,한숨을 돌아보라

1928년 프랑스의 뒤퐁은 CFC라는 신물질을 개발했다. 냉장고와 에어컨에 쓰이는 이 물질은 유독한 암모니아와는 달리, 냄새와 맛과 독성이 없는 냉매로서 ‘프레온’이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그런데 CFC는 개발된 지 60년도 안 돼 생산이 금지돼 버렸다. CFC가 성층권에 올라가면 오존층에 구멍을 만든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꿈의 물질로 칭송받던 CFC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어진다. 아무리 좋은 것도 반드시 어두운 면이 있다. 일을 열심히 해서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과 가정을 파괴시키기 쉽다. 박식하고 말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유창한 언변이 다른 사람들의 말문을 막아 버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리더가 하나에서 열까지 철저하게 챙기면 부하들은 숨이 막힌다. 고생을 너무 많이 한 사람은 독해지고, 고생을 너무 안 한 사람은 둔해진다. 처세술이 너무 좋아 모든 사람과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은 오히려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없다. 한쪽이 강해지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약해지는 법을 리더는 알아야 한다.

모든 새로운 가능성에는 새로운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음을 리더는 알아야 한다. 1957년 독일의 제약회사는 임신부의 입덧을 진정시켜 주는 안전한 신약이라는 탈리도마이드를 개발했다. 별 검증 없이 이를 시판한 나라들에선 수천명의 기형아가 태어나 버렸다. 그러나 이 기적의 신약이 미국으론 들어가지 못했다. 미국의 캘시 박사가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과학적 증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국의 임신부들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리더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도전을 주었다면, 동시에 상처도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이 스스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그것이 바로 당신의 아킬레스건일 수도 있다. 당신이 새로 시도하는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들을 살린다면, 동시에 다른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다. 너무 뛰어난 사람은 본의 아니게 수많은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어렵게 한다. 당신을 칭찬하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당신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이 시도하는 모든 일들이 모든 사람들의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 당신의 능력이 모든 사람들의 문제를 다 해결해 줄 거라는 오만한 생각은 아예 시작부터 접어두어야 한다.

선인과 악인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이른바 ‘위대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는 수많은 리더들의 영혼 속에는 그들의 위대성만큼 짙은 그림자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 점을 항상 명심하고 늘 겸허히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리더야말로 ‘내게는 아무 문제 없다’는 가당찮은 객기를 부리는 리더보다 훨씬 더 자신과 조직을 훌륭하게 이끌어갈 사람이다.

9. 자도자되길 꿈꾸는 사람 땀흘리는 직업부터 가져라

대학생들이나 청년들이 내게 와서 “장래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반드시 해주는 말이 있 다. “일단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해서, 너와 네 식구의 생계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구멍가게 라도 하나 차려 놓고 정치를 하도록 해라.” 오늘날 우리나라의 리더라는 정치인들이나 고위 공 직자들이 끊임없이 부정부패와 뇌물수수에 연루되는 까닭은 이들 중 대부분이 젊은 시절부터 제 대로 된 직업을 가지고 땀흘려 돈을 벌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권력을 잡지 못하면 전혀 생활 비를 벌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미미한 권력이라도 일단 쥐어 잡으면 그것을 남용해서 자기 먹고 살 것을 챙기게 마련이다.

부패의 온상이었던 싱가포르를 청렴하고 부강한 나라로 변화시킨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이 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1959년 그가 이끄는 인민행동당(PAP) 정부가 출범했을 때 당장 관직을 그만두어도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들로만 장관직을 채웠다. 노동의 의미를 몸으로 익혀서 알고 부패의 소지가 없는 사람들을 국가의 리더로 세운 리콴유 총리의 혜안이 대 단하다.

모든 사람들, 특히 리더가 되겠다는 사람은 직업을 갖고 건전한 노동으로 땀을 흘려 돈을 벌어봐 야 한다. 국내 기업인들 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치인 앞에서 굽실거리면서도 뒤로는 정치인 을 얕보는 것도 바로 정치인들 중에 ‘땀’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동시에 재 벌 후계자들 중에서 비판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 이유도 따지고 보면 그들 중 일부는 ‘땀’의 소 중함을 몸으로 깨달았다는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약성경을 보면 사도 바울은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는 후대에 남을 명언을 남기면서,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했다. 유태인의 경전인 탈무드도 ‘사람이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 냐는 그가 자신의 힘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가르친다. 학자나 종교 지도자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원조나 기부에만 의존하여 생활한다면 존경의 대상에서 제 외된다고 한다. 유명한 유태인 철학자인 스피노자도 렌즈를 만들어 파는 일로 생계를 유지했다. 유태인들은 ‘자신의 힘으로 생활할 수 있는 자는 하늘을 두려워하는 종교인보다 위대하다’고 배운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이마에 땀을 흘리고 빵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활 신조다. 이렇듯 건전하게 땀을 흘리며 자신의 실업에 종사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까닭에 유태인들은 2000년 동안 세계 각지를 떠돌며 살아도 가는 곳마다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탄탄한 경제적 기반 을 다질 수 있었다.

우리 주변에는 리더가 되겠다는 사람도 많고, 스스로를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특히 비즈니스 분야의 진정한 리더십은 바로 이렇게 깨끗하고 건강한 직업정신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10. 젊은 리더 키울 학교세우자

“어메리깐, 어메리깐.” 1854년 4월 24일 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던 미국 군함의 수병들은 배 아래에서 한 일본인이 외쳐대는 소리에 갑판으로 몰려 나왔다. 페리 제독 앞으로 인도된 두 명의 일본 젊은이들은 흥분된 표정이었다. 어느 서양인이 대필했음이 분명한 편지에는 ‘이들은 정직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젊은이들로 비록 막부(幕府)의 법이 일본인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금하고 있지만, 미국으로 데려가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페리 제독은 괜히 일본 막부의 심기를 자극하고 싶지 않아 이들을 정중히 돌려보냈다. 용감하게도 국법을 어기고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한 이 24살짜리 젊은이가 바로 훗날 메이지유신의 정신적 지주가 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다.

그는 남달리 학문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다. 어린 쇼인은 네덜란드 선원들을 통해서 네덜란드어와 해양학을 공부했고, 현대 무기와 세계 지리에 눈을 뜨게 되었다. 드디어 당시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미국 유학을 시도했던 것이다. 페리 제독에게 거절당한 쇼인은 스스로 국법을 깬 죄로 관(官)에 자수, 14개월 동안 감옥생활을 한다. 거기에서 무려 618권이나 되는 책을 섭렵하고, 일본에 필요한 혁명적 개혁안을 만든다. 그가 꿈꾸었던 새 국가 청사진은 이렇다. 일본 정부나 기관의 요직을 차지할 사람들은 순전히 능력 중심으로 뽑아야 한다는 것, 새로운 개혁 정부는 막부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천황을 중심으로 서구식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로 구성할 것, 우수한 대학들을 창설할 것, 일본을 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서양으로부터 배울 것 등이다.

출옥한 그는 슈카숙(宿)이라는 작은 사립학교를 세우고, 모여든 젊은 하급 무사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수했다. 이들 중엔 다카스키 신사쿠, 이노우에 가로우 등 훗날 일본의 인재들이 끼어있었다. 일본의 차세대 리더 양성 학교인 이곳은 분야별로 전문가들을 초빙해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실천했다. 나라가 나아가야 될 원대한 방향을 잡아놓고, 그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커리큘럼을 직접 만들어 갔다. 1859년 10월 쇼인은 아키카쓰 암살 음모에 개입했다가 체포되어 아깝게도 사형에 처해져 29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 정부가 ‘부국강병(富國强兵)’이란 기치를 들고 단행한 개혁은 요시다 쇼인의 그것이었다. 이후로도 메이지유신의 주역들 중엔 상당수가 교육계에 투신, 차세대 리더 양성에 전력하게 된다.

오늘날 리더십이 없다고 한탄만 하고 있지 말고 우리도 가능성 있는 젊은이들을 모아서 곳곳에 리더십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실력과 인격을 갖춘 사람들이 높고 편한 자리를 버리고, 쇼인처럼 의연히 다음 세대 양성을 위해 헌신해야 할 때다.

11. ‘리더십 킬러’로 부터 미래의 지도자 지키자

제1차 세계대전 초기에 영·불(英佛) 연합군의 수많은 영관장교들이 독일군의 저격을 받고 쓰러졌다. 너무 눈에 쉽게 띄는 화려한 장교제복 때문이었다. 실수를 깨닫고 뒤늦게 장교들도 사병과 흡사한 복장으로 갈아입히고 눈에 띄지 않게 지휘하도록 했지만, 한동안 지휘 공백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일단 전쟁이 터지면 양쪽 지휘부의 최우선 작전은 탁월한 상대 지휘관을 제거하는 데 있다. 동시에 아군의 주요 지휘관들은 어떻게 해서든 적으로부터 지켜내려고 한다.

우리는 훌륭한 리더십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탁월한 리더십을 공격하려는 요소들, 즉 ‘리더십 킬러’들로부터 현재와 미래의 리더들을 지키는 일이다.

리더십은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그런데 수많은 리더십 꿈나무들이 또한 사람들 때문에 피어보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수가 많다. 이러한 잠재적 리더십 킬러는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첫째, 우리의 상사들이다. 탁월한 리더가 될 잠재력을 가진 사람도 후세를 양성하지 않는 자기 도취적인 리더 밑에 있으면 리더십 자질이 다듬어지지 못하고 메말라 버리기 쉽다.

둘째, 질시하고 공격적인 동료(peer)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그 사람의 리더십 자질이 죽어버린다. 공산주의 정부는 빈틈없는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 동료가 동료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스파이나 배신의 가능성은 대폭 줄일 수 있었지만, 서로간의 신뢰와 팀워크는 메말라 버리고 조직은 생명력을 잃어버렸다. 이런 까닭에 많은 탁월한 인재들이 목숨을 걸고 서방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셋째, 불순종하고 부정적인 부하들을 만나면 그 리더의 리더십 자질이 죽는다. 그들이 퍼뜨리는 근거 없는 루머, 무례한 언어와 반항, 무책임한 행동들이 얼마나 많은 리더들로 하여금 낙심케 하고 좌절케 하여 리더십의 자리에서 그들을 몰아냈는지 모른다. 한 저명한 리더십 전문가는 이런 힘든 부하들을 가리켜 ‘숨어 있는 상어들(hidden sharks)’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다 이런 리더십 킬러들이 있는데, 이들을 잘 다루지 않으면 훌륭한 리더감들이 소리 없이 죽어갈 것이다. 혹 당신이 그 리더십 킬러는 아닌지 자문해 보라. 당신으로 인해 과연 당신의 부하·동료·상사들은 더욱 훌륭한 리더로 탈바꿈하게 되었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그러나 가장 무서운 리더십 킬러는 바로 리더 자신의 내면세계에 있다. 리더의 가슴속에 있는 열등감, 교만, 질투, 게으름, 독선, 권력중독, 병든 도덕성들이 소리 없이 그의 리더십 역량을 갉아먹는다. 제대로 된 리더라면 절대자 앞에 침묵하며 자신을 깊이 살피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12. 현장·부하에 귀 열면 회사살릴 보물 나와

칭기즈칸이 인구 200만밖에 안되는 몽골민족을 거느리고, 수십 배의 인구와 영토를 가진 중국과 러시아를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몽골군의 탁월한 정보력과 전령(傳令) 시스템 덕분이었다고 한다. 곳곳에 흩어진 상인들과의 연계로 각국의 동향을 꿰뚫고 있었으며, 탁월한 기마병들로 구성된 전령들이 하루에 한 번꼴로 총사령부와 점령지를 오가며 소식을 전달했다고 한다. 활발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 것이다.

원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적어도 둘이 있어야 비로소 트인다. 아무리 탁월해도 일방적이 되면 통할 수 없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원리다. 커뮤니케이션 시대는 유아독존(唯我獨尊)이 아니라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공생(共生), 즉 네트워킹의 시대다. 자동차 같은 것은 혼자 독점하면 그 가치가 높아지겠지만 전화나 인터넷, 이메일은 타인도 가져야 비로소 자기 소유의 의미가 생기는 법이다.

탁월한 조직은 규모가 아무리 커도 상사와 부하, 동료와 동료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 빠르고 정확하며 활발하다. 뛰어난 리더는 결코 책상에 앉아 사물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에 뛰어들어가 팀원들의 살아 있는 소리를 항상 경청한다. 특히 자기 말만 하기 쉬운 리더에게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남의 얘기를 정성껏 들어주는 데 있다. 1995년 일본 경영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꼽은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회장은 ‘콤파’로 유명하다. 콤파란 근무시간이 끝난 뒤 직원들이 업무와 자기 삶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장이다. 직원 수가 1만명을 웃돌 때까지도 그는 가능한 한 많은 콤파에 참석하여 직원들 얘기를 끊임없이 경청했다. 인텔(Intel)의 앤디 그로브 회장도 자신의 책상을 평직원들 사이에 놓고, 직원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면서 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GE의 잭 웰치 전(前) 회장도 모든 간부들로 하여금 말단직원들의 피드백을 경청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파격적인 조직개혁을 이뤄냈다.

리더와 팀원들은 자주 대화해야 한다. 대화의 방법은 다양할수록 좋다. 1대1, 소그룹, 혹은 전체모임에서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리더들이여, 당신의 직원들이 서로 활발하게 대화하게 하고 당신에게도 두려움 없이 얘기하게 하라. 당신의 조직 내에선 모든 정보와 감정이 막힘 없이 흐르게 하라. 서로간의 건설적 비판과 따뜻한 격려, 진솔한 의견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조직은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 당신 사람들의 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여라. 거기에 당신의 조직을 살릴 보물 같은 아이디어와 지혜들이 들어 있다.

13. 당신의 아픈 과거 부하에겐 毒이 안될지

세계적인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에게 누가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그토록 학문에 열중하게 했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뜻밖에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사생아로 태어난 그가 어린 시절 너무 기가 죽어 있자, 어머니와 주위 사람들은 “어느 분야에서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 아버지가 반드시 너를 찾아올거야”라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에릭슨 박사는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공부에 몰두해 당대 최고 심리학자의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월가(街)의 큰손 조지 소로스도 자신의 오늘을 만든 인물로 바로 어린 시절에 자신을 괴롭혔던 친형을 지목했다. 형이 얼마나 자신을 괴롭혔던지, 어린 소로스는 ‘친형 같은 사람들이 사는 무서운 세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목숨 걸고 노력해야겠다’고 결심, 정말 죽기 살기로 뛰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형에게 감사한다고 한다.

리더의 현재 모습은 뜻밖에도 그의 영혼에 새겨진 아주 작은 과거 경험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았거나 남한테 모욕을 당했을 때, 사랑하는 이로부터 거절당했을때 오는 분노와 배신감이 오히려 강렬한 성취동기를 불붙여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부정적인 경험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으니 좋은 게 아니냐고 속단하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 않다.

치유받지 못한 영혼의 상처를 그대로 안고 조직의 정상에 앉게 되면, 바로 그 상처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부모에 대한 상처가 깊은 연산군이 집권하면서 저지른 폭정이 좋은 사례다. 어느 리더는 완벽주의자 아버지 밑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컸는데, 덕분에 모든 일을 철저하게 하여 젊은 나이에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자기가 거느린 스태프들에게도 병적인 완벽주의를 요구하며 부담을 주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스태프들은 정신 상담까지 받아야 했고, 그중 하나는 권총자살까지 기도했다.

리더는 늘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우리 내면에는 현재의 의문점들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과거의 암호들이 숨겨져 있고, 그것을 알아야 찬란한 미래로 도약할 수가 있다. ‘나는 그저 돈을 버는 경영자니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세 가지를 한다고 한다. 뒤를 보고, 위를 보고, 앞을 본다. 과거를 반성하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건강한 리더십과 건강한 조직을 원한다면 당신도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아야 한다. 당신의 리더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당신 영혼 속에 새겨진 과거의 아픔일 수 있기 때문이다. CEO들이여, 당신의 영혼은 건강한가?

14. 실패했다 기죽지 마라

우리는 보통 실패를 나쁜 것으로 생각하고, 자꾸 그 사실을 감추려 한다. 실패는 없어야 한다고 여기고, 실패를 하면 부끄러워 한다. 실패를 겁내고, 실패가 생기면 당황한다. 실패는 아무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실패한 사람은 다시 도전할 의욕을 상실한다. 그러나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은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이유를 모르고 성공하는 것은 이유를 알고 실패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실패는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며, 실패를 겁내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비겁하다. 실패를 분석, 이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가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사업하는 사람들이 처음 성공을 맛보기까지는 평균 4번을 참담하게 실패한다고 한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노력한 사람들은 마침내 축복을 누린다. 그들은 세 발자국 앞으로 가고,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나도 결과적으로 한 발자국은 전진하는 셈이 되므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텍사스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젖소를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아무리 우유를 많이 엎질러도 괜찮다. 실패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쏟아버린 우유만 바라보고 있으면 비참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아직도 내겐 젖소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툭툭 털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우리가 보기에 무적(無敵)인 스타급 리더들도 무수히 많은 실패를 딛고 온 사람들이다. 강타자일수록 삼진(三振)을 엄청나게 많이 당한다. 다만 그들이 날린 안타와 홈런 때문에 삼진의 치욕이 가려졌을 뿐이다.

총은 많이 쏘는 것보다 제대로 쏴야 한다고들 하는데, 제대로 쏘게 되기까진 많이 쏴보는 수밖에 없다. 기술과 요령도 수없이 많은 연습을 하는 가운데서 익혀야 그 위력을 발한다. 톰 피터스의 말대로, 바보 같은 짓들이 없다면 똑똑한 짓도 결코 생길 수 없다.

길고 원대하게 생각하라. 전반전에 아무리 잘해도, 결국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후반전 스코어다. 게임 내내 실패하고 밀리다가도 마지막 한 번의 골로 승리의 함성을 지를 수 있다.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유연한 지혜를 가진다면 단점은 오히려 장점으로 살아난다. 나라를 망쳤다는 비평을 받는 ‘사대주의(事大主義)’도 글로벌 감각을 적극 받아들이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빨리빨리” 하고 보자는 사고방식이 문제도 많았지만, 사실 그 성급함 때문에 우리가 IT산업에 이토록 빨리 적응한 것 아닌가?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자세,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요즘 여러 가지 악재로 어깨가 처진 기업체 리더들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실패 앞에 기죽지 마라. 넘어져도 앞으로 넘어져라.

15. 좋은 아빠가 CEO 된다

단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의 재계 리더들은 일을 위해 가족을 희생시키는 것을 당연시 해 왔다. 80년대 일이지만 내가 아는 어느 직장인이 상사에게 “아내가 오늘 출산하니 일찍 퇴근해야겠다”고 하자 상사로부터 매몰찬 한마디를 들었다고 한다. “야, 네가 얘를 ?냐?” 그 한마디는 당시 한국 직장인들의 현주소였다.

급박한 일이 산적한 상황에서 가정은 언제든지 뒤로 미룰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일과 가정은 결코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톱 기업인들을 자문하고 훈련시키는 스티븐 코비 리더십센터에서도 건강한 가정을 이끌지 못하는 기업가는 장기적으로 사업에 실패한다는 사실을 서슴없이 지적한다.

그래서 회사의 간부급 리더들을 선발할 때는 싱글이거나 가정생활이 원만치 못한 사람은 제외시키라고까지 권한다. 리더십의 핵심 자질인 포용력, 인내심, 대화 기술, 용기, 협조정신, 상상력, 정직 등은 모두 건강한 가정생활을 통해 굳어지기 때문이다. 그 어떤 엘리트 교육이나 독서, 간부 훈련 프로그램도 CEO에게 가정만큼 영향력이 강하지 못하다.

현재 서구사회의 이혼율은 아주 심각하며, 특히 미국의 경우 이혼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가정의 붕괴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톱 CEO들 50명 중 43명이 한 명의 배우자와 평생을 살아 왔으며,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건강한 가정생활이 주는 기쁨과 심리적 안정을 성공 비결이라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샌디 웨일 회장은 특히 자기 아내의 지혜로운 조언에 늘 큰 빚을 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미국적십자사 총재를 지낸 엘리자베스 돌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추구하도록 격려해준 부모님이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체이스 맨해튼은행의 월터 시플리 회장은 아들을 키우면서 경영에 관한 황금 같은 교훈들을 많이 배웠다고 한다.

구약성경을 보면 인간이 국가를 만들기 전에 하나님이 가정을 만드셨다. 그러므로 가정이란 인간의 본질 속에 깊이 배어 있는 하나님의 터치다.

리더여, 당신은 혼자서 험한 세상의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지도자의 자리가 주는 수많은 스트레스와 고통을 흡수해줄 최후의 완충 쿠션이 바로 당신의 가정이다.

하지만 가정도 그냥 지켜지는 게 아니다. 집(house)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가정(home)은 그럴 수 없다. CEO 당신의 가족이 당신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하지 말라. 당신의 시간과 정성을 당신의 가족에게 투자하라. 아내와 정기적으로 데이트하고, 아이들과 의도적으로 나들이를 떠나라. 가장 바쁜 당신이지만 가장 귀중한 시간을 가장 귀중한 존재인 가족에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자신과 여유가 없다면 CEO로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03.10.27

16. 침묵하는 중간관리자 그들의 고마움을 알라

드라마 ‘대장금’을 아주 흥미롭게 보고 있다. 궁중의 음식을 만드는 여인들은 낮은 사회계급이지만, 주어진 일에 대해선 철저한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 그렇게 각 분야의 성실함이 저변에 있었기에, 거대한 왕조가 오랜 세월을 버텨낼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그 점이다. 리더는 자기가 세상을 다 움직이는 것처럼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면 안 된다. 리더는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조용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조셉 바다라코 교수는 ‘조용히 다스리는 법(Leading Quietly)’이란 저서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눈에 보이는 신화적 리더들이 아니라, 주어진 자리에서 조용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아이디어의 합(合)이라고 역설했다.

사실 조직의 꼭대기에 앉아있는 CEO의 결정 이상으로 회사의 운명에 영향을 주는 것은 조직 내 구석구석에서 부서 책임자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다. 마지막 품질 점검 과정에서 불량품을 발견한 제약회사의 팀장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회사 돈을 교묘히 착복하는 엘리트 사원을 발견한 매니저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그리고 다른 고객들이 보는 앞에서 회사의 서비스에 대해 맹렬히 항의하는 고객을 담당 직원이 어떻게 대하는지는 작지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일들이다.

바다라코 교수는 A급 ‘조용한 중간 리더’들의 특징을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자기 절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수시로 사람의 감정을 격발시키는 상황에 직면한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교묘히 부하에게 전가시키는 상사를 볼 때나, 요령을 피우면서 힘든 일을 안 하려 하는 부하를 볼 때 속이 터진다. 그러나 조용한 중간 리더들은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냉정하게 상황을 해결하는 법을 안다. 둘째는 겸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꿈도 꾸지 않는다. 화려하고 장엄한 구호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철저히 할 뿐이다. 그들은 겸손하기에, 어떤 상대도 함부로 얕보지 않는다. 자기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많음을 인정하기에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전하려 한다. 셋째는 강인함이다. 그들은 한순간의 대전투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길고 지루한 게릴라전을 싸워야 함을 알고 있다. 그래서 어지간한 고통에도 쉽게 절망하지 않고, 작은 승리에도 오만해지지 않는다. 마지막 벨이 울릴 때까지 결코 물러나지 않고 자기의 임무를 끝을 낸다.

당신이 정말 훌륭한 CEO라면 조용한 중간 리더들을 빈틈없이 찾아내어, 이들의 공로를 격려하고 치하하라. 이들이 더 발전하도록 도와주라. 리더십은 시끄러운 원맨쇼가 아니다. 리더십은 조용한 팀워크이며, 그것이야말로 당신 조직의 진짜 저력이다.

17. 유능한 보스되려면 ‘노맨’ 키워라

몇 년 전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쿠데타 세력이 핵미사일 기지를 장악, 미국을 향해 핵(核)을 사용할 가능성을 간파하고 초대형 핵잠수함을 러시아로 급파한다. 상황은 급박해지고, 사령부로부터 “러시아의 핵기지로 핵미사일을 조준하고 발사 대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10초의 카운트다운을 준비하고 대기 중이던 잠수함에 갑자기 본부와의 교신이 두절된다.

이때 함장은 바로 발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젊은 장교는 본부의 분명한 명령 없이 함부로 핵을 발사하면 3차 세계대전으로 간다고 반대한다. 잠수함 승무원들은 함장과 젊은 장교를 지지하는 두파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한다. 결국 통신이 재개되자 젊은 장교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되고, 잠수함은 무사히 돌아오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탁월한 인격과 능력을 가진 리더라 해도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 있고, 그때는 그 실수를 보완하고 도와줄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잘했을 때는 혼신을 다해 밀어주지만 잘못되었을 때는 공손히, 그러나 단호하게 브레이크 장치가 되어줄 수 있는 ‘팔로어십(followership)’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다. 성숙한 리더라면 그런 참모들을 가까이 두어야 한다. 영화에서 함장과 젊은 장교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결국 조직을 살렸다.

리처드 닉슨 전(前) 대통령이 워터게이트로 파멸을 자초한 원인 중 하나는 자기 주변을 자신과 똑같은 부하들, 혹은 자기 의견에 감히 반대하지 못하는 부하들만으로 채웠다는 데 있다.

원래 ‘따르는 자’란 뜻을 가진 ‘follower’란 단어는 ‘돕다, 후원하다’란 뜻의 고어(古語) 독일어인 ‘follaziohan’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자기에게 없는 무언가를 가진 존재가 자신을 도울 때 사용한 말이다. 즉 어원(語源)대로 정의한다면 ‘follower’란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리더가 갖고 있지 못한 어떤 것을 갖고 있는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타계한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 회장이 말했듯이, 정말 중요한 현안을 결정할 때는 참모들이 난상토론을 벌이며 각각 반론을 제기해보는 것이 좋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전 회장은 이것을 ‘창조적 대립’이라고 하여 최고간부 회의에서 적극 장려했다.

보스의 의견에 문제가 있을 때는 과감히 지적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건강한 긴장관계가 조직의 운명을 살린다. 당신의 조직과 당신의 회사는 어떠한가. “꿈같은 얘기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이라고 말한다면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다.

18. ‘하이테크’와 함께 ‘하이터치’도 개발을

권위 있는 미래학자인 존 네이스빗은 ‘하이테크(High Tech), 하이터치(High Touch)’란 말로 최첨단 기술문명에 대한 균형감각을 제시했다.

하이테크. 너무나 익숙해졌다. 컴퓨터, 인터넷, 사이버 스페이스, 가상현실, 유전공학 등등. 우리의 삶을 빠르고 편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하이테크로 우리 삶이 더 풍성해진 것은 아니다. 테크놀러지 활용이 아니라 테크놀러지에 취해 버렸다.

하이터치. 그것은 당신의 어린아이와 함께 장난하는 기쁨, 석양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시는 차의 향기, 힘 없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주는 사랑의 손길,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닥불 앞에서 밤새 나누는 대화,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읽는 좋은 책… 뭐 그런 것들이다. 하이터치는 풍부한 감성의 렌즈를 통해 하이테크를 재조명하고 정화시켜 준다.

지난 몇년간 우리는 강한 하이테크 바람을 탔다. 온 나라가 정보통신에만 집중한 나머지, 1·2차 산업 종사자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을 느겼다. 하지만 식당이 아무리 인테리어와 서비스가 좋아도 맛이 없으면 금방 문을 닫는다. 인터넷은 정보를 전달하는 하나의 길(way)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위로 어떤 차들이, 어떤 내용물을 싣고 다니느냐다. 도구(tool)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contents)이다.

전달 매개체가 좋아질수록 그것을 통해 전달되는 말은 내용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키보드를 두드려 나오는 글들은 과연 백지(白紙)에 연필로 정서하던 시절의 글들보다 더 깊이 있고 알찬 내용인가?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고 사람들을 오게 했으면, 그 무대에 올릴 공연은 그 이상의 수준을 보여줘야 한다. 주객이 뒤바뀌면 안 된다.

그러자면 리더는 더 많이 연구하고,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어지간히 밀도 있는 내용이 아니면 DVD의 화질로, 고속 전송망을 타고 전 세계에 보급할 가치가 없다. 21세기의 리더라면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19. ‘CEO’도 자유 즐겨라

몇 년 전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한국의 CEO들에 대해 한 가지 뼈아픈 지적을 했다. “한국의 CEO들은 순발력이나 개인적 역량은 탁월하지만, 정부나 노조를 상대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래서 정작 글로벌 시대의 최고경영자에게 필수인 자기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이 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한국 CEO들의 경쟁력이 치명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맥킨지는 CEO의 자기개발 요소로 주로 핵심 임원들을 파악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것, 현장의 소리를 발로 뛰며 듣는 것, 여러 가지 책들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함으로써 넓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구축하는 것, 조용히 생각하며 전략을 구상하는 것 등을 들었다.

피터 드러커는 중소기업의 강점으로 최고경영자의 조직 파악력을 지적했다. 중요 직책을 맡은 직원들의 야심과 불만과 생각과 행동방식, 장점과 한계, 잠재력을 대기업보다 잘 파악하고 있어 이것이 엄청난 플러스 요소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기업이 커질수록 최고경영자는 이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만의 방해받지 않는 ‘자유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 자유시간은 먼저 주요 임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하고, 서로를 자극하는 데 투자되어야 한다.

조직이 커지고 일이 많아질수록 사람을 세워 일을 위임할 수밖에 없는데, 일은 위임해도 사람은 그냥 방치해두면 안 된다. 끊임없이 핵심 스태프의 필요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육체적·정신적 컨디션을 체크하며, 그들을 격려하고 도전하고 배려해야 한다. 최고경영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CEO는 조직 외부를 위한 시간, 즉 최근의 시장·고객·기술·정보를 접하기 위한 시간도 어떻게 해서든 확보해야 한다. 사외이사나 고문 등을 두어 외부 의견을 널리 반영하여, 시야를 넓혀야 한다. CEO의 생각의 넓이와 속도, 깊이에 따라서 조직의 운명이 결정된다. 끊임없이 학습하고, 낡은 것을 탈(脫)학습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어떤 시점에서 배움이 끝난다고 생각하거나, 배움은 학교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접어두라.

CEO에게 특히 중요한 배움은 인간에 대한 학습이다. 성공적 기업인인 B사장은 사업 초기엔 경영에 관한 책을 주로 읽었는데, 요즘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을 주로 읽는다. 자신을 파악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예술과 철학과 문학과 역사에 대한 폭넓은 배움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책임자라면 이미 일을 경영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인생을 경영하는 것이다. 당신의 자기개발 시간관리는 어떠한가?

20. 잘 나갈수록 어렵던 시절 잊지 말아야

작년에 WEF(세계경제포럼)가 ‘차세대 아시아 지도자’로 선정했던 변대규 휴맥스 사장의 리더십 강의를 감명 깊게 들은 적이 있다. 유럽 시장을 장악했던 그에게 ‘지금 고민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을 했다. “현재의 고민은 어떻게 혁신(innovation)을 계속 유지하느냐이다. 이미 상당히 큰 기업이 되어 버린 우리 회사는 당장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혁신을 잘 못한다.

기존 시스템에 대한 애착과 구속 때문이다. 빈손으로 출발하여 새로운 것에 모든 것을 거는 무명(無名) 기업은 오늘 할 일이 없으니까, 혁신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 잘나가는 기업들은 힘이 분산되어 그러질 못한다. 중요한 것은 오늘 바쁜 일을 해나가는 능력과 계속 혁신하는 능력을 겸비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통 신생 기업이 새로운 챔피언으로 등극하기까지는 번뜩이는 창의력과 겁없는 도전정신, 창립멤버들의 헌신과 끈끈한 팀워크가 있다. 모든 게 엉성하고 혼란스러웠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야성이 꿈틀댔을 게다. 그래서 회사는 성공했고, 유명해졌다.

하지만 위기는 그때부터 소리없이 찾아온다. 규모가 커지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전문경영인이 필요해진다. 문제는 그러는 사이, 초창기 회사를 일으켰던 순수한 열정과 모험정신, 헌신은 사라진다. 비전(vision)을 실행하려고 만든 시스템이 오히려 비전을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어 버린다. 매너리즘과 관료주의에 젖어 매일매일 유지하기에 바쁜 조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일이다. 패자(覇者)로 대성한 제(齊)나라의 환공이 수훈 공신들인 관중, 포숙아, 영척 등과 잔치를 열었을 때 포숙아가 일어나 말했다. “아무쪼록 공께서는 내란이 일어났을 때 국외로 망명하시어 고생하던 때의 일을 잊지 마시고, 관중은 싸움에 져 노나라에 잡혀가 죽음을 기다리던 때를 잊지 말고, 영척은 가난할 때 수레 밑에서 여물을 먹이던 때를 잊지 않게 하소서.”

당 태종은 이 고사를 즐겨 인용하며 언제나 처음 시작하던 때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잘 관리할 것을 다짐하고 신하들에게도 이를 주지시켰다. 풍요한 때에 환란의 시절을 잊지 않는 것, 정상에 올랐을 때에 밑에서 기어오르던 시절의 열심과 겸허함을 잊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리더의 모습일 게다.

또 한 해가 썰물처럼 물러가고 있다. 온 나라가 몹시 어렵고 힘든 한 해였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의 리더들은 스스로 초심을 잃지 않았는지 깊이 되새겨 볼 때다.

출처: 성공클럽/ 매경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