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의 공기업 지분

YTN “공기업들 일방적 민영화 추진 멈춰달라”

7일 입장문 내고 “사회적 숙의 과정 필요” 강조
“지분매각, 미디어 정책 차원서 고려돼야” 주장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YTN은 7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지금이라도 일방적 민영화 추진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YTN은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YTN이 국민 신뢰를 받는 보도전문 채널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사회적 숙의 과정에 동참해달라”고 덧붙였다.

또한 “YTN의 대주주인 공공기관과 정부가 공론장에서 오가는 학자, 전문가들의 숙의 과정을 도외시한 채 지분 매각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YTN 지분 매각은 보도 채널의 공공성 유지 방안을 마련하고 방송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등 미디어 정책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기존에 각각 추진해오던 YTN 지분 매각 계획을 통합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재정건전화 계획에 따른 비핵심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전 KDN과 한국마사회는 YTN 지분을 각각 21.43%와 9.52% 보유 중이다.

한국인삼공사 19.95%, 미래에셋생명 12.73%, 우리은행 7.40%, 기타 2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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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민영화 발언의 속뜻은 뭘까  
[이희용의 주간 미디어 리뷰]  

2008년 09월 03일 (수) 15:16:23 이희용 한국기자협회 부회장ㆍ언론연구소장 heeyong@yna.co.kr  

낙하산 사장 시비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YTN이 민영화 논란에 맞닥뜨렸습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8월 29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공기업 보유 주식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지요.

신 차관은 “YTN의 공기업 지분은 과거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 정부가 방송의 공공성을 고려해 이를 구제하기 위해 매입했던 것”이라면서 “이제 YTN이 정상화됐을 뿐 아니라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모두 매각하기로 했으며 어제까지 2만 주(전체 주식의 약 0.05%)가량을 이미 매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장외에서 팔거나 일괄 매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3개 신문(조중동)에 넘기기 위한 음모가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으니 빨리 못 팔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지요.

그러자 야당과 YTN 노조 등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반론의 요지는 ▲민영화 불가론 ▲특혜론 ▲노조를 향한 엄포론 ▲월권론 등으로 나눠지는데 “민영화를 하면 공정성이 훼손된다” “특정 신문에 넘겨주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위기설을 부추겨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문화부 관할 기관도 아닌 공기업의 주식 매각 방침을 밝힌 것은 월권이다” 등이지요.

반면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YTN은 원래 민간기업이므로 외환위기 때 공기업이 임시 방편으로 사들였던 주식을 민간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으며,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도 정치적 의도를 부인하며 “정부가 YTN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면서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표시했습니다.

YTN의 역사를 보면 신 차관이나 차 대변인의 말은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사실과 다릅니다. YTN은 상법상 주식회사이고 코스닥 등록기업이기는 해도 지배주주가 민간기업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지요. 그러나 지배주주 주식을 매각하고 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공기업이 참여한 것도 사실입니다. 다소 장황하지만 YTN의 내력을 살펴보겠습니다.

▲ YTN 노조 조합원들이 구본홍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며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사퇴”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시 더듬어보는 YTN의 역사

1993년 8월 공보처는 케이블TV 종합보도뉴스 채널 사업자로 단독 신청한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컨소시엄 연합텔레비전뉴스(YTN:Yonhap Television News)를 선정했습니다.

당시 오인환 공보처 장관은 “연합통신이 복합뉴스매체가 되면 순기능도 역기능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종합보도채널을 운영하려면 역량과 준비, 훈련과 자금을 갖춰야 가능한 것인데 연합통신은 방대한 취재진이 있고 다년간 준비를 해온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지요. 또 “앞으로 연합통신보다 더 양질의 뉴스를 제공할 능력이 있어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가 있다면 진지하게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도 덧붙였지요.

통합방송법 이전에는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보도채널 진출이 허용돼 있었는데 경제보도 채널에도 매일경제가 단독 신청해 MBN을 창립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케이블TV 보도채널의 사업전망이 극히 불투명해 희망자들이 많지도 않았지만, 만일 신청자가 복수였다 해도 정부가 사전 조정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종합보도채널에는 특혜 시비가 일 가능성이 높으니 연합통신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이에 따라 다른 신청자가 없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연합통신은 1980년 언론통폐합과 함께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공동출자한 형식으로 창립됐지만 93년 당시 주식 분포를 보면 KBS와 MBC의 지분 합계가 75%에 이르러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지요. 2003년 뉴스통신진흥법 제정 이후 설립된 공익법인 뉴스통신진흥회가 2006년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KBS와 MBC의 지분 합계는 52.5%로 낮아졌고 뉴스통신진흥회가 30.77%로 1대주주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도 상법상 주식회사이긴 하지만 엄연한 공영매체이지요(2003년 설립된 뉴시스가 ‘국내 유일의 민영 뉴스통신’을 표방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YTN 컨소시엄에는 연합통신을 제외하면 모두 민간기업이 참여했습니다. 93년 9월 14일 창립 당시 연합통신의 지분이 30%였고 쌍방울, 한국상업은행, 일동제약, 제일산업, 조선맥주(하이트맥주) 등이 주요 주주로 구성돼 있었지요.

YTN은 95년 3월 개국 직후부터 경영난을 겪습니다. 몇 달 뒤 터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각광을 받기도 했지만 케이블망이 제대로 깔려 있지 않아 가입자 확보가 더디기 짝이 없었지요. 개국 첫해와 이듬해 누적적자가 자본금(500억 원)을 모두 잠식했고 연합통신은 자본 조달능력이 없어 경영 개선 전망은 극히 불투명했습니다. 케이블TV는 김영삼 대통령 국책사업의 하나였는데 케이블TV의 선도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YTN이 무너지는 일을 정권이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겁니다.

정권과의 갈등도 YTN의 위기에 한몫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97년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박경식 씨의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 95년 이미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가 YTN 사장 인사에 개입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납니다. 당시 YTN 사장은 연합통신 사장을 겸하고 있던 현소환 씨였는데 TK 정권과 가까웠던 그를 밀어내고 PK 인물을 앉히려 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연합통신은 1997년 9월 3일 YTN 보유 주식 90만 주를 모두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정보네트워크(2000년 한전KDN으로 개명)에 매각하는 가계약을 한 뒤 12월 2일 최대주주 변경을 완료합니다.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고 발표한 것이 11월 19일이니 가계약 시점을 보면 IMF 때문에 한전에 넘겼다는 말도 정확하지 않은 셈입니다.

연합통신은 YTN 지분을 매각한 이듬해 12월 회사명을 연합뉴스로 바꿉니다. 당시 한국통신 이외에도 신세기통신, 나래이동통신 등 텔레콤 회사가 부쩍 늘어나 뉴스에이전시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이유에서였지요. YTN도 연합통신과 관계가 단절된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주식회사 연합텔레비전뉴스에서 99년 2월 주식회사 YTN으로 개명합니다. 아예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했지만 브랜드 가치와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해 채널명을 사명으로 바꾼 것이지요. 이후 YTN 사내에서는 회사명이 어제(Yesterday), 내일(Tomorrow), 지금(Now)의 약자를 뜻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전정보네트워크가 최대주주가 된 뒤에도 IMF 한파로 경영난이 가중되자 YTN은 98년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마사회, 한빛은행 등이 참여한 가운데 1,500억 원으로 자본금을 늘렸습니다. 또 2000년에는 2,100억 원으로 증자했지요. 이 과정에서 민간기업들의 지분은 없어졌거나 대폭 줄었습니다. 신 차관이나 차 대변인의 발언은 이를 두고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 뒤 2004년 3월 주식 액면분할 및 주식병합을 거쳐 현재 자본금은 420억 원이며 액면가 1천 원의 주식은 4천 원대를 유지하다가 신 차관 발언 이후 5천 원대를 호가하고 있습니다. 지분율을 보면 한전KDN 21.43%, KT&G 19.95%, 미래에셋생명 13.57%, 한국마사회 9.5, 우리은행 7.6%이어서 미래에셋을 제외한 공기업지분은 58.4% 정도입니다.

민영화 발언이 구 사장 입지에 보탬될까

위에서 살펴본 대로 YTN은 공영도 민영도 아닌 애매한 위상입니다. 소유구조는 공영이고 수입구조는 민영인 MBC보다 더 헷갈리지요. 애매한 위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YTN이 왜 공기업이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의 민영방송으로 존재해왔는지 따져봐야 하고, 이를 민영화하려면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겠지요.

2000년 발효된 통합방송법은 예전보다 여론 독과점을 더 우려해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보도채널 진출을 불허했습니다. 다만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을 적용해 기존의 소유지분은 인정했기 때문에 매일경제의 MBN 소유는 계속 유지돼 왔지요.

2003년 이후추가 보도채널을 승인할 것인지, 일간신문 및 뉴스통신과 대기업의 보도채널 진출을 허용할 것인지 일부 논의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해 현행 규제체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만일 YTN을 민영화하려 한다면 민영화가 바람직한지 여부는 물론 보도채널 추가 승인이나 일간신문 및 뉴스통신과 대기업의 진출 허용 등의 문제도 함께 따져봐야 하지요.

신 차관의 발언이 이런 복잡한 사정을 모두 고려했거나 여권 핵심부에서 조율이 이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도 YTN 민영화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권유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이미 일부 주식을 매각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평소 품고 있던 생각을 말한 원칙적인 발언도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을 통해 신문의 보도채널 진출을 허용하자는 논의에 악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낙하산 사장을 반대한다는 주장에 대해 “YTN 사장 내정은 YTN 이사회가 결정한 일”이라고 말해오다가 YTN의 공기업 지분 매각에 관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의아하게 비칠 소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그래서 노조와 야권에서는 신 차관의 발언이 노조를 압박해 구본홍 사장을 외곽에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말끔하게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 듯합니다. 노조가 위기감에 휩싸인 것은 사실이지만 구 사장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신감을 부추겨 구 사장의 입지가 더 좁아진 측면도 있으니까요.

YTN 노조는 최근 이뤄진 인사 조치와 징계 및 고소 방침 등과 관련해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습니다. 일각에서 “회사가 누란의 위기에 빠졌는데 현실을 인정한 뒤 노사가 합심해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져 충돌을 격돌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